『나쁜 페미니스트』 작가 록산 게이의 몸에 관한 회고록
열두 살에 겪은 트라우마적인 사건, 그 이전과 그 이후
자기혐오에서 자기 존중으로, 분투와 치유의 여정
『헝거』는 록산 게이의 ‘몸’에 대한 회고록이다. 그는 이 책이 “평생 가장 어려운 글쓰기”였다고 토로하는데, 초고도비만의 몸으로 견뎌온 “무수한 사연들” “정신적 짐들” “부끄러운 비밀들”로 가득찬 자신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내는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게이의 한편에는 아이티계 미국인 중산층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자라 뛰어난 성적으로 명문대에 입학한 그, 촌철살인의 글쓰기를 통해 성공한 작가이자 당당한 페미니스트인 그가 있다. 다른 한편에는 성폭력 “피해자”인 그, “통제 불능인 몸”으로 살아가며 부끄러움을 느끼는 그가 있다. 게이는 열두 살이 되던 해에 그가 좋아했던 동급생 남자와 그 친구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그 사건 이후 게이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통과 허기를 잠재우려고, 누구도 자신을 욕망할 수 없고 쉽게 침범하지 못하게 하려고 “먹고 먹고 또 먹으며” 자신의 몸을 크게 부풀렸다.
“내 안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나는 그 빈 공간을 메우기로 작정했고 별로 남아 있지 않은 내 주변에 방패막을 만들기 위해 음식을 이용했다. 나는 먹고 먹고 또 먹으며 나 자신을 크게 만들고자, 내 몸을 안전하게 만들고자 했다. (… 내가 만들긴 했으나 나조차도 알아보거나 이해할 수 없게 되어버린 내 몸이란 감옥에 갇혀버렸다. 참혹했지만 안전했다. 적어도 스스로 안전하다고 여길 수 있었다.”(34쪽
“나는 내 몸을 내게 필요한 상태로 만들겠다고 결심한 거였다. 나를 배신하는 작고 힘없는 배가 아닌 안전한 항구로 만들겠다고.”(85쪽
부모는 영문도 모른 채 딸의 몸과 식습관을 통제하려 했고, 게이 역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착한 딸 시늉을 하며 십대를 보냈다. 그러나 대학에 입학해 가족의 보호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게 되자 그는 자발적으로 “실종”되어 자신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