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_서까래 일곱 개
_1부 그쪽
대청마루 012 복 없는 가족 013 행각승 014
걱정 016 선시 017 폭포 018 벚꽃 020
마늘 022 새 한 마리 024 길 나섰다 025
방문 026 밤 027 은하 028 사람 031
꽃 032 소나무 034 살 수 있는 길 036
내 소리 038 길 039 아내 2 040
술집 042 산속의 나무는 044
_2부 이쪽
서쪽 길 1 048 서쪽 길 2 050 잠 1 051
산불 052 자고 나면 054 꽃 중의 꽃 056
12월 말에 058 겨울 059 낙엽 060
너무 오래 061 감사 기도 062 쐐기풀 063
벙거지 노인 064 수락산 뒤 골짝 066
그늘 068 자는 꽃 070 저승 3 071
풀꽃 072 장마 073 환풍기 074
천당 075 바다 076 병원에서 078
봄 079 해 1 080 해 2 082
어두워서 084 돌 086 산 2 088 죄 089
산 3 090 술 092 예술이란 093
가을 094 천상 096 까치 097
어어이 098 이사 온 지 100
_3부 저쪽
문 닫힌 집 104 구름 1 105 아무도 안 보면 106
큰일 108 산 1 110 저승 1 112 저승 2 114
마음 116 구름 2 118 강 119 타향 120
화경 121 안경 122 소 114 젖어 있는 길 126
민들레 128 하직 130 잠 2 131 산하 132
주저앉아 있다가 133 하늘 134 아내 1 135
슬픈 날 136 우습다 137 빈집 138
_산문
망했다 142
시인의 말
서까래 일곱 개
서까래 일곱 개로 오두막을 지었다
산골짝에 외딴집을 지을 때같이
구들을 놓을 돌이 없어 땅을 파고
가마니를 둘렀다
부엌도 없고 마루도 없고 잠자리도 없는
방 가운데 혼자 앉아 모닥불을 피웠다
남은 세월 석기시대 사람같이 살다
떠나려고 한다
시집 제목을『초가삼간 오막살이』라고
유행가 가사로 했다
나는 근사한 제목이 싫고
표지 그림이나 색깔 있는 것도 싫어
흰색으로만 했다
서까래 일곱 개 마음을 주신 분께
이 책을 드린다
책 속에서
잊히지 않는다
나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저녁 무렵 지금은 없어진
옛 대구농고 커다란 전봇대 나무
매타쉐콰이어에
어디서 날아와 잠들어 버리던
비둘기만 한 새 한 마리
한평생 잊히지 않는다
앉자마자 솔방울 같이 잠들어 버리던
새 한 마리
-「새 한 마리」 전문
모르겠다
사람을 보면
왜 눈물이 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모르겠다
사람을 보면
왜 눈물이 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사람을 보면 왜 눈물이 나는지
왜 자꾸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사람」 전문
꽃이 아름답다지만
아름다운 여인만큼 아름다울 수는 없다
나에게도 잊히지 않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
토요일이면 교회에 돈 얻으러 와
전신주에 기대 서 있던
지능 장애인 여인
내가 다니는 병원에서
한 번 밖에 보지 못한
아름다운 수녀님
그리고 타향에 공직으로 있을 때
마누라 딸 있는데도
나보고 도망가자고 하던
아름다운 술집 아가씨
그리고 또 한 명 있다
우리 집 위층에 살다 이사 간 여인
나 보고 인사 잘하던 키가 조그마한 여인
지금도 나에게는
보고 싶은 여인이 있다
꽃보다 아름다운 여인
평생 잊히지 않는 여인
-「꽃」 전문
생명 없이도
살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일까
나는 세상에 오자 걱정이 되었다
생명 있는 곳은
사는 것이 편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는 오고 싶지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