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_삶의 레시피를 찾아서
1장_아내를 위한 레시피
살림은 아무나 하나 | 요리는 어려워 | 아내의 생일에 미역국을 끓인다 | 날달걀비빔밥 | 기억의 조작 | 새로운 날들 | 남자들의 장 담그기 | 외조를 잘하시네요 | 압력솥은 만능 요리기구 | 쯔유를 만드는 이유 | 우리들의 오해 | 조리법은 없다 | 돈은 없지만 먹고는 싶어서 | 시래기는 위대하다 | 달래를 다듬으며 | 중년 남성들에게 요리를 권하다 | 국화차 만들기 | 불온한 김장 노동 | 흰 눈과 김치찌개 | 주방이라는 공간 | 괜찮아?
2장_리틀 포레스트
내 이름은 붥덱 | 텃밭이 뭔데? | 도시농부가 되다 | 농사는 어려워 | 내 텃밭이 생기다 | 봄은 텃밭에서부터 온다 | 봄꽃이 들려주는 얘기들 | 리틀 포레스트 | 봄을 요리하다 | 농막의 하루 | 이찬복 씨는 힘이 세다 | 멧돼지 가족의 나들이 | 자귀꽃 필 무렵 | 하지 감자를 캐다 | 잡초 이야기 | 꽃 한 송이 꺾는 것이 곧 멸종의 시작이다 | 며느리밥풀꽃에 대한 보고서 | 텃밭에서 살아남기 | 가난하게 살 권리, 비겁하게 살 권리 | 가을걷이 | 느리고 불편하게 살기
나가는 글_부부가 함께 늙어간다는 것은
책 속에서
이 책은 요리책이 아니다. 애초에 내가 대단한 요리사도 아니다. 웬만한 음식은 다 내 손으로 만들고,생소한 요리도 레시피를 쭉 훑어보면 흉내 정도는 내지만 요리사처럼 최고의 맛을 추구하지도 않고 더 나은 요리를 위해 연구를 하는 것도 아니다. 최고의 요리를 위해 최고의 식재료를 찾아다니지도 않는다. 오히려 재료는 맛보다 가성비를 따지고 마트에 가면 주로 마감 세일 코너를 기웃거린다. (…중략…
이 책이 누군가에게는 대리만족이 되고 누군가에겐 갈증이 될 수도 있겠다. 왜 저렇게 사나, 한심하게 보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어느 날 난 선택했고 그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 아내가 변하고 가족이 변하고 무엇보다 내가 변했다. 생계 수단에 불과했던 밥상 위에 얼마나 많은 가치와 의미가 있는지 깨닫기도 했다. 선택은 늘 그렇듯 기적을 만들어낸다.
요리란 그저 음식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텃밭 역시 단순히 농작물을 가꾸는 일이 아니다. 모두 삶에 대한 이야기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사람과 자연을 이어주는 일이다. 살림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사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지 깨닫게 해주는 일이다. 나는 살림을 하면서, 요리를 하면서, 김서령 작가가 말하는 삶의 맛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행복이 어떻게 우리를 찾아오는지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 실린 얘기는 그런 얘기들이다. 맛이 아니라 삶을 요리하는 레시피. 행복을 찾기 위한 레시피다. 모두가 나름의 레시피를 찾아 행복하기를 빌어본다.
--- 「들어가는 글_ 삶의 레시피를 찾아서」중에서
아내가 발을 다친 후 진짜 음식을 만들어보겠다고 들어온 부엌은 말 그대로 정글이었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냉장고에 호박이 보였다. 호박볶음을 해야 하나? 아니면 호박국? 인터넷에서 보니 새우젓이 필요하다던데 그건 어디 있지? 이 하얀 가루는 어디에 쓰는 걸까? 다진 마늘은 또 어디? 밥이 잡곡이던데 잡곡은 어디에 두지? 이것도 아내한테 물어봐야 하나? 모르긴 몰라도 중년 남자들이 요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