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기와 보기, 일상복을 대하는 두 가지 방법
박세진은 먼저 일상복을 어떻게 선택하고, 입고, 수선하고, 심지어 어떻게 폐기해야 하는지를 소개하며 옷에 실용적으로 접근한다. 일상복으로 살 수 있는 옷의 범위를 한정하고, 입을 옷을 순환식으로 구성해 고민할 부분을 최대한 단순화하는 것. 옷에서 적당한 에너지와 시간을 분배하는 것. 이 과정에서 옷은 입는 대상이 아니라 운영하는 부품이 된다. 이런 시도가 가능하고 유의미한 것은 그가 동시대 패션의 흐름을 예민하게 포착하는 패션 칼럼니스트이기 이전에 실용성을 따지는 소비자이자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옷에는 크게 입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이 있다. 우리가 매일 일상복을 대할 때 느끼는 즐거움이 전자라면, 후자는 캣워크 위의 하이패션이 주는 즐거움에 가깝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제 일상복이 하이패션의 영역에 틈입해 하이패션 자체가 되었다는 점이다. 구찌의 최신 히트작은 프린트 티셔츠고, 발렌시아가(Balenciaga는 커다랗고 못생긴 스니커즈와 온갖 배지가 붙은 크록스 샌들이다. 베트멍(Vetement은 DHL 로고가 찍힌 노란색 티셔츠를 내놨고, 캘빈 클라인(Calvin Klein 컬렉션에서는 반사판이 붙은 작업복 위에 울 코트를 입은 모델이 캣워크를 걸었다. 박세진은 일상복을 둘러싼 여러 현상을 되짚으며 그 이유를 찾아간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옷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박세진의 시선을 따라가며 일상복의 두 레이어가 실은 한 레이어의 양면임을, 그리고 그 레이어가 시스루임을 감지한다면 자연스럽게 도달하는 질문이다. 또한 이 질문에 도달했다면 그 답 또한 자연스럽게 도출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