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自敍
1부
그대라는 묵음
다시 물어도 되겠습니다
푸른 겨울
어딘가 네가 있어
빈방
늦은 기도
시간의 등에 쓰는 당신
차라리
두물머리에서
누가 다녀간다
그 거리에서
갈 수 없는 길
사랑의 이면
우리는
우체국에서
나만 알고 있는 이야기
패킹이 있었다
당신은 먼 곳이다
작은 방
집착
더
그런 일
난독증難讀症
진달래
너는 울지 마라
때
그리움
창
2부
간현강 이야기
훗날
작용과 반작용
오늘 나는
귀향
석물을 세울 시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낙화
흙돌담
내력
고사목
배움의 계절
친구여
3부
홍시를 먹으며
단절
반작용
부재
기차를 기다리며
접사接寫
주기
개안開眼
빈자리
의문부호
40주년
4부
호기심
시선을 묻다
곰배령 개××
너만?
노을
노을 2
노을 3
노을 4
노을 5
꽃향기
비밀
모양내기
남의 다리 긁기
폭염
어디에도 없었다
지은이의 말
고독감에도 푸르름이 있었기에
사라지지 않는 이름의 조각들을 건져 내다
잎 하나 없는 나무, 새하얗게 지워진 거리… 우리가 통상적으로 떠올리는 겨울의 이미지는 외로움, 고독감과 같은 정서와 맞닿아 있다. 많은 문학 작품 안에서 이별의 상징으로서 겨울의 이미지들이 많이 차용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 그 겨울의 이미지에 상반되는 ‘푸르름’을 덧붙인 시집이 있다. 신현구 시인의 《푸른 겨울》이 그렇다.
2022년 첫 시집 《숨꽃》을 통해 문단에 발을 딛어, 2023년 월간 〈시사문단〉으로 신인상을 수상한 신현구 시인은 《푸른 겨울》을 통해 고독함과 그 안에 피어오른 기묘한 푸르름에 대해 노래한다.
삶이라는 순간 속에서 반짝 사라지지 않고
홀로 퇴색해 갈 이름 한 조각을 건지는 일은
얼마나 아름다운 행위인가.
- 지은이의 말 부분
‘사는 내내 사라지지 않고 퇴색해 가는 이름 한 조각을 건지는 일’이 시를 쓰는 일이라면, 그 행위가 마냥 고통 속에 있지 않고, 아니 고통 속에 있다 하더라도 결국 아름다움이란 이름 아래 존재하게 될 것임을 시인은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믿음이 시인의 시 쓰기 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 과정이 오롯이 담긴 표제시 〈푸른 겨울〉을 살펴보면, 눈발처럼 몰려오는 그대라는 존재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화자는 춥고 고독한 계절감 안에서 헤매게 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마지막 연이 그리고 있는 여름의 이미지이다.
그대 푸르러
무성한 여름처럼 푸르러
여태, 푸르러
- 〈푸른 겨울〉 부분
겨울에 있는 화자와 달리 그대는 여름에 존재한다. 이 대비감은 ‘만날 수 없음’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화자 또한 다시 푸르른 여름을 맞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비극 없이 희극이 존재하지 않고, 희극 없이 비극이 존재하지 않듯, 여름과 겨울의 이미지가 절묘히 섞인 이 〈푸른 겨울〉은 삶 자체를 메타포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이처럼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