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회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진실에 대한 공개적 인정과 정의 실현을 내세우다
『진실과 회복』에서 허먼은 트라우마 치료와 연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회복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조명한다. 생존자가 공동체와 일상으로 복귀하게 될 때 트라우마를 야기했던 환경이 여전하다면 돌아간 공동체에서 생존자는 어떻게 회복을 해나갈 수 있을까? 생존자의 트라우마 회복을 위해 우리, 즉 공동체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허먼은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회복의 궁극적 단계로서 정의 실현과 공동체의 지지라는 주제를 이끌어낸다. 구체적으로는 철학, 사회과학, 역사, 법, 심리학, 정신의학 등 폭넓은 연구 자료를 토대로,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한 생존자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내세워, 생존자들의 회복을 가능하게 하는 정의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존자들의 기대가 실제로 고려된다면 트라우마 생존자의 회복을 대하는 우리 공동체의 모습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감동적으로 그려나간다.
이 책은 가정 폭력, 성폭력, 아동 학대를 당한 이들의 트라우마를 치료하는 현장에서 시작되었다. 50년 넘는 세월 동안 트라우마를 치료하고 연구해온 허먼에게는 다음과 같은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다음에는?” 폭력이라는 근원적 불의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생존자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트라우마는 궁극적으로 어떻게 회복될 수 있을까?
허먼은 정의의 문제를 떠올린다. 트라우마가 권력관계에 바탕을 둔 사회문제인 만큼 회복 역시 사회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고, 트라우마 장애가 힘을 빼앗긴 이들의 질병인 만큼 회복의 원리는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더 넓은 공동체 차원에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뜻으로, 허먼에게 이 조치는 공동체 안에서의 정의 실현이라는 언어로 요약된다. 이는 앞선 저작들에서 보여준 것보다 더 급진적인 문제의식이다. 첫 번째 책 『근친 성폭력, 감춰진 진실』에서 친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