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1장 나는 이미 죽었다니까요_인지
워킹 데드, 살아있지만 죽은 사람들 | 텅 빈 껍데기가 된 몸 | 고장 난 뇌 시나리오 | 망상이 믿음이 될 때 | 가짜로 가득한 세계 | 눈앞의 세상이 ‘진짜’ 현실일까?
2장 지하철에 두고 내린 손_신체
늑대 인간은 어디에나 있다 |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느낌 | 존재하지 않지만 느껴진다면 | 뇌 속의 몸 | 절반만 존재하는 세상 | 절단을 향한 간절한 염원
3장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_강박
매일 담뱃재를 먹는 여자 | 거부할 수 없는 욕구 | 끊임없이 반복되는 도돌이표 |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된 부부 | 동물을 모으는 사람들 | 악독한 선동가의 조종
4장 하루아침에 천재가 된 남자_이례적 비범성
보고도 믿기지 않는 경이로운 능력 | 이름표를 붙이지 않는 뇌 |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재능 | 어디까지 비범해질 수 있을까
5장 금기시된 욕망_성
욕망의 대상 | 비밀스러운 취향 | 옷핀과 사랑에 빠진 남자 | 이보다 기묘할 순 없다 |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경계
6장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_인격
수면 아래 얼굴들 | 지나친 자기방어의 결과 | 내가 왜 저기에? | 피에 대한 갈증
7장 믿으면 이루어질지니_믿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불러온 죽음 | 통증을 줄여 주는 믿음의 힘 | 꼭 생각 때문만은 아니다? | 해로운 믿음 | 세상과 단절하다
8장 이름이 뭐더라?_소통
읽지 못하지만 쓸 수는 있다? | 지워진 이름들 | 넘치거나 혹은 부족하거나 | 감정이 빠진 언어도 언어라 할 수 있을까 | 남의 말투와 함께 깨어난 아침
9장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뇌_피암시성
공유 망상 레시피 | 지나친 영향력이 만든 비극 | 세뇌당하는 뇌 | 명확한 정답 vs 모두가 택한 오답 | 음경을 도난당한 사람들
10장 무엇을 잃어버렸나_부재
무지를 인지하다 | 보고, 만지고, 들을 수 있다는 것 | 시간을 벗어나다 | 머릿속 영사기가 꺼진
어느 날, 내 뇌가 고장 난다면?
자신은 이미 죽었다며 어서 장례를 치러 달라는 힐데, 텅 빈 몸이 물에 휩쓸려 갈까 두려워 샤워도 하지 못하는 줄리아, 13년 동안 고양이로 살아온 데이비드, 딸은 납치되고 남편은 살해당하고 그 자리를 사기꾼들이 차지했다고 믿는 마담 M, 절단을 향한 욕구로 손가락을 하나씩 자르다가 결국 손 전체를 잘라낸 칼, 숟가락으로 이를 닦고 칫솔로 밥을 먹는 로널드, 각기 다른 나이와 성별을 가진 17명의 자아와 사는 캐런, 자신의 한쪽 손이 실은 시어머니 손이라 말하는 며느리, 담뱃재를 먹고 싶은 욕구를 끊을 수 없었던 엘리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에펠탑과 결혼하고 이름까지 바꾼 에리카 에펠, 죽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에 죽음에 이른 샘, 어느 날 오른손이 제멋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는 레오, 죽은 두 아들이 매일 저녁 찾아와 함께 대화를 나눈다는 사모트라시아….
여기, 하루아침에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이 완전히 뒤집힌 사람들이 있다. 흡사 SF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 같지만, 놀랍도록 기묘한 이 사례들은 외상, 종양, 감염, 뇌졸중 등으로 뇌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의 실제 경험담이다. 또 일부 사례는 별다른 원인 없이 나타나는 이상 행동, 심지어 본인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어나는 뇌 활동에서 기인한 행동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뇌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중에는 정말 터무니없는 것도 있는데, 신경과학자들은 뇌에 논리성을 판단하는 ‘타당성 검증 기제’가 있어서 그런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무시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부정망상, 걷는시체증후군으로도 알려진 ‘코타르증후군’ 환자의 경우 이 기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들은 자신이 경험하는 비현실감의 원인을 ‘내가 죽었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린다. 평소라면 ‘내가 죽었다’는 생각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타당성을 검증하는 능력이 손상된 뇌는 비현실적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나름의 자구책을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