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의 섬, 그 마굴에서 펼쳐지는 핏빛 참극
죽해도, 다도해의 이역. 원시적인 토속 신앙과 베일에 싸인 밀교 종파가 공존하는 이 섬은 예로부터 풍속신앙체風俗信仰體라고 불렸다.
고요하게 흘러가던 섬은 장기가 사라진 변사체가 발견되면서 연쇄 살인의 참혹한 무대로 변모한다. 주민들은 씻을 수 없는 부정을 입었다며 공황에 빠지고, 이를 비웃듯 사위스러운 수맥이 섬 곳곳에 요동치기 시작한다.
금기로 얼룩진 공간에서 일어난 일대 흉사, 정체불명의 사교 집단에 맞서 떠돌이 학자는 세속의 통념을 초월하는 지성으로 진상을 추적하는데…….
한국 추리 문학의 신성으로 떠오른 고태라 작가의 장편소설. 작가의 데뷔작 「설곡야담」은 2023년 계간 『미스터리』 봄호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한국 미스터리의 외연을 넓히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되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신작 『마라의 요람』은 작가가 구축한 민속학 세계관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으로, 기발한 트릭과 기이한 드라마가 어우러진 본격 미스터리를 지향한다.
금기에 지배당한 섬에서 발생한 장기 적출 살인 사건
섬의 신앙을 장악한 정체불명의 사교 집단
그리고 이에 맞서는 민속학 탐정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본격 미스터리!
영미권의 고전 미스터리부터 현대의 특수 설정 미스터리까지, 본격 미스터리는 후더닛(Whodunit과 하우더닛(Howdunit을 중심으로 진화와 발전을 끊임없이 모색해 왔다. 그러나 현재에 이르러서도 다수의 작품이 트릭과 반전을 비롯한 ‘기술’에 치중한 나머지 서사가 빈약하다는 고질적인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마라의 요람』은 기술적 접근은 중시하면서도, 기술 일변도의 작품에 도전장을 보내는 본격 미스터리이다. 공정성, 논리성, 의외성으로 규정되는 미스터리의 장르적 규칙을 엄격히 준수하는 가운데 집단 대 집단, 신념 대 신념을 충돌시켜 서사의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남북처럼 분단된 섬마을의 극단적인 갈등, 섬의 신앙을 지배한 사교 집단의 음모는 탐정의 활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