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완장이고, 지체나 명예도 말짱 다 완장이여!”한국 사회 저변에 깔린 권력의식에 대한 예리한 고발
땅 투기로 돈푼깨나 만지게 된 졸부 최 사장은 널금저수지의 사용권을 얻어 양어장을 만들게 되고, 저수지 감시를 이곡리의 한량 임종술에게 맡긴다. 감시원 완장을 두른 종술은 완장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그날부로 마을 사람들 위에 안하무인으로 군림하려고 발버둥친다. 작가는 완장을 두르면서 나타나는 종술이라는 인물의 변모를 통해 권력의 속성과 그에 얽힌 사람들의 비루한 삶을 폭로한다. ‘완장’의 속성을 통해 권력을 희화화하고, 희화화된 권력을 취하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주인공을 내세워 권력을 더욱 풍자하는 격이다.
“해학적인 묘사를 깔면서 완장으로 상징되는 권위를 조소하고, 그러면서도 그 권위 앞에서 위축되는 선량한 ‘졸때기’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그것은 오늘에 그치는 일이 아니라, 우리들의 아버지나 어머니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신동욱라는 평으로 1983년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완장』은 전통 패관문학이 담고 있는 해학과 풍자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채만식 작가의 해학적 전통을 있는 작품일 뿐만 아니라 한국 문학의 정체성을 대표한다.
평론가 김병익은 『완장』을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처럼 현실의 분명한 알레고리”를 가진 작품이라고 평하면서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던 정치 상황을 가늠하는 잣대”로 “제식훈련”을 차용했던 작가가 “한국인의 권력의식을 진단하는 도구”로 ‘완장’을 차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한 이 작품은 “권력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에게 어떤 심리적 반응과 효과를 요구해왔던가 하는 보다 심각하고 진지한 반성들을 이 하잘것없는 완장에 얽힌 숱한 사건들을 통해 제기하고” 있으며, 한국 사회가 처해 있는 “권력의식의 상황을 가장 첨예하게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평론가 이보영은 “윤흥길의 중요한 관심사는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인 탄생과 죽음, 실존적인 고독과 절망 및 구원의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