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한 서사, 거침없는 문체, 뜨거운 주제의식…
최진영 유니버스의 시작 그리고 귀환
원도, 그는 누구인가. 엄마의 애정을 갈구했고 질문이 많았던 아이, 그러나 이제는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도 있는 어른”. 검은 봉지에 담겨 으슥한 곳에 버려진 쓰레기처럼 병든 몸으로 길거리를 전전하는 남자. “파산자에 범죄자에 도망자가 되어, 가족에게 버려진 채 매일 피를 토하면서도, 이 지경으로도 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원도는 결정적인 순간, 인생이 뒤틀려버린 단 한 순간을 알아내려고 한다. 무슨 일이 자신에게 일어난 것인지, 대체 어떤 선택을 했는지.
여섯 살이 되던 해 눈앞에서 “아버지를 믿어라”라는 말을 남긴 채 물을 마시고 죽어버린 아버지, 이후 나타난 다른 아버지, 이 두 아버지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 다른 아버지는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휘둘렀고, 엄마는 봉사활동을 다니며 원도 외의 존재에게 사랑을 베푸느라 부재했다. 정작 원도 앞에서는 눈물만 흘리는 엄마 때문에 죄책감을 느꼈다. 보육원의 그 녀석, 늘 어른들의 사랑을 독차지해 경쟁의식을 부추긴 장민석이 시작이었나. 항상 다른 남자와 비교하던 대학 시절 여자친구 유경 때문인가. 수많은 사람을 파산시키면서 돈을 탐하게 되었던 은행에 취직한 것부터가 잘못인가. 기억의 심연을 고통스러울 정도로 파헤친 끝에 마침내 거대한 비밀의 문 앞에 이르는 원도. 과연 그가 마주한 진실은 무엇일까.
이 소설은 광활한 기억 가운데 인생의 뒤틀린 한 조각을 찾으려는 남자의 처연한 여정을 담았다. 피할 수 없는 악취와 독기 속에서,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차차 괴물이 되어간 한 인간의 사투의 기록과도 같다. 조각나고 짓밝힌 기억은 “느닷없이 벽을 뚫고 튀어나오는 주먹과 같”고 “그 안에 꽃잎이 있을지 잘린 혀가 있을지 터진 눈알이 있을지 다이아몬드가 있을지, 전혀 짐작할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의 삶이란 근본적으로 “시작과 끝이 텅 빈 구멍”이고 “그 구멍으로 온 생이 콸콸 쏟아져” 결국 사라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