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감염 동물’이라는 규정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생태 위기, 기후 위기로 조각난 지구에서
새로운 삶과 관계의 방식을 찾아 떠나는 초록이의 모험!
『감염 동물』은 코로나19가 가라앉고 난 뒤 몇 년 후의 현실을 상상하여 그려낸 작품이다. 신종 조류 독감이 유행하면서 코로나19 당시의 위기감이 재현되자, 정부 당국은 마을을 봉쇄하고, 감염된 동물들을 살처분한다. 주인공 초록이는 사랑하는 반려견 초코를 살처분의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동물들과 한 편이 되어 인간으로서 인간에게 저항하는 경험을 겪는다. 그리고 동물의 시선으로 자신의 존재를 돌아보고 ‘감염 동물’이라는 규정에서 사람도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린이 모험 서사에서 예상하는 범위를 훌쩍 뛰어넘는 방대한 서사를 펼쳐 보이는 이 작품은, 이를 통해 의미 깊은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긴 여정의 끝에서 초록이는 동물에게 희망을 거는 빨간 캡슐과 인간에게 희망을 거는 빨간 캡슐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생태 위기, 기후 위기가 지구에 실질적 위협으로 다가오는 지금, 우리가 견지해 왔던 인간 중심주의가 인간과 ‘비인간’ 모두를 위태롭게 하고 있는 지금, 『감염 동물』은 우리 자신은 어떠해야 하는지 날카롭게 묻고 있다. 동물과 인간, 환경과 인간, 그 사이의 틈에서 활짝 열린 판타지 공간이 독자로 하여금 미래가 마치 지금-여기 도달한 것처럼 느끼게 해 저절로 새로운 삶과 관계의 방식을 찾아 나서게 한다.
『감염 동물』은 팬데믹 상황을 담아낸 시의적절한 작품이다. 팬데믹 상황뿐 아니라 가축 살처분, 동물 해방, 시간 여행 등의 다양한 모티프들이 들어 있는데 자칫 어지럽게 얽힐 수도 있는 이 많은 모티프들을 무리 없이 잘 엮어 탄탄한 서사를 만들어 낸 역량이 돋보인다. 지구 환경을 극한으로 망치는 인간에 대한 경고가 주제이지만, 그 주제를 생생한 이야기에 잘 버무린 덕분에 날것으로 드러나지 않게 한 솜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