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이 없는 사물에게도 나름의 음악이 있다. 수도꼭지에서 반쯤 찬 양동이 속으로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에 귀 기울여 보시라.” 나는 이 구절에서 눈물이 핑 돌았다. 양동이 바닥에 떨어지는 묘한 멜로디를 나는 끊임없이 연주했다.
_ 파스칼 키냐르,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서문 중
키냐르의 이 작품은 연극으로 각색되어 세계 최초로 한국 무대에 올려져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키냐르의 작품과 해당 연극의 출발점이 된 바로 그 문제의 작품을 우리말로 소개하게 되었다. 한국어 판 『야생 숲의 노트』에는 원저에는 없는 해당 새의 그림을 옛 자료에서 찾아 다듬어 넣었고, 간략한 조류 정보도 덧붙였다. 이로써 체니의 낯선 삶과 음악 세계에 한층 입체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 했다.
자연의 음악가
시미언 피즈 체니는 미국을 대표하는 또 한 명의 자연주의자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보다 한 해 늦은 1818년, 미국 뉴햄프셔주 벨크냅카운티의 위니피사우키호와 접해 있는 메러디스라는 마을에서 태어났다. 침례교회의 설교자이자 찬송가 작곡가였던 아버지 엘더 모세 체니의 영향으로 시미언 피즈 체니를 비롯한 네 명의 형제들은 교회 합창단원으로 길러져 ‘체니 싱어스Cheney Singers’라는 그룹을 이루어 활동하면서 당대 이름을 널리 알렸고(미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꼽히는 월트 휘트먼은 체니 싱어스의 공연을 보고 독창적이고 아름답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훗날에도 모두 음악과 관련한 일에 종사했다. 체니는 1847년에 뉴욕주 리빙스턴카운티의 그로블랜드에서 크리스티아나 반스와 결혼해 슬하에 2남 1녀를 두었다. 결혼 후 그는 버몬트주의 도셋으로 이사하여 성가대 지휘자와 성악 교사로 활동하면서 음악 인생에서 가장 핵심적인 시기를 보냈으며, 예순한 살이던 1879년에는 종교 음악 개론서인 『미국의 노래The American Singing Book』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 책은 초창기 미국 음악을 이해하는 소중한 자료로 남았다.
도셋에서 살던 185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