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스턴 대학교의 도덕철학자가 웬 개소리를?
‘개소리에 대하여(On Bullshit’라니? 이게 도대체 저명한 철학자가 논의할 만한 주제인가? 이 책의 제목이 주는 당혹감은 역설적으로, 철학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상기시켜 준다. 얼핏 제목만 봐서는 가벼운 에세이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 책은 결코 만만한 책이 아니다. 프린스턴 대학교 철학교수인 저자는 우리 시대에 만연한 ‘개소리 현상’을 통찰하면서, 개소리가 어떻게 진리에 대한 무관심을 부추기고 무책임한 언어문화를 조장하는지 그 위험성을 역설한다. 오늘날 개소리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활발하게 생산되지만, 그에 대한 인식 틀의 부재로 많은 사람들이 개소리에 쉽게 현혹된다는 것이 저자의 문제의식이다. 저자는 개소리에 대한 ‘이론’을 제시함으로써 개소리가 만연한 현상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짧은 분량의 책이지만, 그 두께보다 훨씬 깊이 있고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진리에 무관심한 말들의 향연, ‘개소리’의 의미를 분석하다
개소리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하고, 그렇다고 액면 그대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말도 안 되는, 하지만 단순한 헛소리와 달리 화자의 교묘한 의도가 숨겨진 말이다. 이때 숨은 의도란 작정하고 진실을 틀리게 말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 말이 맞든 틀리든 그 진릿값은 무시하고 특정한 목적을 위해 그 말을 하겠다는 심산이다. 저자는 “건국의 아버지들이 신의 가호 아래 인류를 위해 새로운 기원을 창조했던 우리의 위대하고 축복받은 조국”에 대해 과
장되게 떠들어대는 독립기념일 연설자를 사례로 든다. 여기서 연설자는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연설자는 미국사에 대해 청중들을 기만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의 관심은 사람들이 자기를 조국의 기원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애국자로 여기도록 만드는 데 있다. 이처럼 개소리는 말하는 내용에 대해 기만하기보다는 듣는 이가 말하는 이에 대해 특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