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을 떠올릴 때, 그건 악몽이었다고 생각하게 되리라.”
해변에 떠내려온 시신들이 일깨운 섬뜩한 진실
이제 우리가 읽게 될 이야기는 당신의 존재만큼이나 실제적이다. 이 이야기는 저기에서 일어날 수도 있었듯, 여기에서 일어난다. (…… 이야기는 한 섬에서 일어난다.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섬이다. 크지도, 딱히 아름답지도 않다. _9~10쪽
소설의 무대는 개의 형상을 한 군도에 위치한 가상의 섬이다. 세상과 동떨어진 지중해의 작은 섬마을 주민들은 올리브 농사와 어업을 통해 평온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해변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흑인 청년의 시신 세 구가 발견되며 그간의 평화는 산산조각 난다. 시신을 목격한 몇몇 사람들에게, 섬의 권력자인 시장은 현재 진행 중인 온천 사업이 가져다줄 공동체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이들의 죽음을 마치 꿈처럼 ‘없었던 일’로 처리하고 침묵하길 요구한다.
“몇 주 뒤면, 자네는 이 모든 게 꿈이었다고 생각하게 될 거야. 그리고 자네가 나한테 이 일에 대해 말하거나 묻는다면, 나는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하겠지. 이해가 돼?” _26쪽
결국 섬사람들은 시신들을 화산 구덩이에 던져 사건을 은폐한다. 그러나 눈앞에 존재하는 죽음을 감추려는 시도는 오히려 섬 전체에 엄청난 심리적 혼란과 동요를 불러일으킨다. 섬에서 유일한 외지인인 교사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프리카 이민자로 추정되는 시신들이 어떻게 이곳까지 떠밀려 올 수 있었는지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의 조사가 섬에 숨겨진 오싹한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서로를 향한 불신은 점점 깊어진다. 와중에 정체불명의 경찰이 나타나 모두의 마음을 들쑤시면서 그들은 나약함과 공포, 이기심으로 물든 각자의 어두운 심연을 드러내기에 이른다. 불길한 화산 소리와 함께 악취가 섬을 뒤덮고, 사건의 내막은 점점 더 불가사의한 구렁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그리고 악취가 났다. 이제 냄새에서 묘하게 끌리는 구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불확실한 구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