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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첫눈에 반한 사랑 - 나무의말 그림책 8 (양장
저자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출판사 나무의말
출판일 2023-12-07
정가 18,000원
ISBN 979115871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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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목소리로 읊어주는 삶의 한 페이지

“그들을 이어준 것은 갑작스러운 감정이라고 둘은 확신했다”라는 문장으로 시는 시작한다. 이제 막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 우연이 하는 말이다. 그들은 확신한다지만, 과연 그들의 만남이 이번이 처음일까? 우연은 물음표를 던진다. 그리고 이 물음표는 시가 끝날 때까지 계속 이어진다.

“전에 우리는 서로 몰랐지/그러니 우리 사이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그들이 생각한다면,/오래전부터 이들이 함께 지나쳤던/거리와 복도와 계단은 이걸 뭐라고 할까?” 우연은 그들이 첫눈에 반하게 된 건 오랫동안 엮이고 엮인 일들이 쌓여서 이뤄진 결과라는 사실을 늘어놓고 싶다. 어느 거리에서 우연히 지나치고, 어느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어느 계단에서는 우연히 엇갈렸겠지만, 그들은 기억하지 못한다. 물론 그들이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도 우연은 알고 있다.

그러고는 자신의 장난들을 고백한다. “만약 아주 옛날부터 우연이 그들을 가지고 놀았다는 사실을 안다면 너무나 이상하겠지” 운명으로 바뀌기 전까지 우연은 그들을 가깝게 했다가 멀어지게 하고, 그들의 길을 가로막아 섰다가 풀쩍 뛰어 옆으로 비켜 주기도 한다. 입을 틀어막고 키득거리면서 그들을 지켜보는 우연의 존재라니. 쉼보르스카가 아니면 누가 이런 엄청난 상상을 할 수 있을까?

담담한 독백과 어우러지는 서정적인 풍경

이처럼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첫눈에 반한 사랑>은 이탈리아 작가 베아트리체 가스카 퀘이라차의 일러스트와 만나 환상적이면서도 쓸쓸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표지에는 도로 위를 나란히 걷는 두 남녀의 그림자가 그려져 있는데, 사랑이라는 섬세하고도 입체적인 감정과 잘 어울리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각 장면마다 거칠지만 단정해 보이는 그의 그림체는 쉼보르스카의 시와도 닮아있다. 마냥 밝지도, 마냥 어둡지도 않은 느낌. 과연 이제 막 시작된 연인을 담담하게 바라보는 우연의 독백을 담기에 꼭 알맞다.

원래 폴란드에서 출간된 원서는 아코디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