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이혼을 딛고 건강하게 성장해 가는 소녀 이야기
부모의 이혼은 그저 감추고 싶고, 인정하기 싫은 나만의 불행일까? 주인공 가스리는 “세상에는 부모가 헤어져서 불행한 아이도 있지만, 부모가 헤어지지 않아서 불행한 아이도 그만큼 많다”고 말할 만큼 강단 있는 인물이다. 이 작품은 부모의 이혼을 소재로 삼았지만, 이혼 가정의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진정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야기한다. 진정으로 한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과 맺고 있는 관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와 배려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이타니 겐지로는 가스리의 눈을 통해, 가스리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인물들의 모습도 따뜻하게 그려낸다. 늘 사랑에 목말라 하는 가스리의 엄마, 어딘지 모르게 침울해 보이는 가스리의 아빠, 무뚝뚝하지만 속정이 깊은 가스리의 남자친구 우에노 등의 인물들은 모두 다 고뇌를 안고 있으면서도, 서로를 버팀목 삼아 의연하게 삶을 헤쳐나간다.
현대 가족의 의미에 대해, 저마다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아가는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에 대해, 진정으로 바람직한 인간관계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태양의 아이> <모래밭 아이들>로 하이타니 겐지로를 만났던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작가의 또 다른 문학적 감수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열여섯, 성장통을 함께 나누는 책읽기의 즐거움
통계를 보니 하루 평균 352쌍의 부부가 이혼을 하고, 해마다 부모의 이혼을 경험하는 아이들이 1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혼뿐 아니라 재혼, 사별, 별거 등으로 가족이 해체되고, 한 부모 또는 조부모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10만’이라는 숫자는 통계 수치일 뿐, 부모의 이혼으로 겪어야 하는 아픔은 고스란히 개인의 몫이다. 관계를 맺었던 누군가와의 이별은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