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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폴리
저자 파브리스 멜키오
출판사 목요일
출판일 2023-12-10
정가 20,000원
ISBN 979119634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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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구분하고 정의하고 분류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단어들은 작은 물고기처럼 폴리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폴리 같은 아이를 우리는 인터섹스라고 합니다. 인터섹스는 남자 아니면 여자, 이런 성별 이분법에 들어맞지 않는 사람들을 말해요. UN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터섹스로 태어나는 사람이 전체의 1.7%나 된다고 합니다. 폴리의 경우와는 다르게 자신이 인터섹스라는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가다가 나중에 우연히 알게 되는 사람도 있고요.
인터섹스는 피부색이나 키처럼 한 사람이 가지고 태어나는 신체적 특징일 뿐이지 치료해야 할 질병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많은 인터섹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성별이 정해지고, 수술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이 과정에서 정체성의 혼란이나 수술 후유증을 겪는 경우도 많고요.
폴리가 겪는 아픔의 무게를 쉽게 가늠할 수는 없겠지만, 그 아픔을 덜어 주는 일은 의외로 쉬울 수 있습니다. 폴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이지요. 폴리를 괴롭히는 건 인터섹스라는 사실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니까요. 세상에는 암수 구별이 되는 생물보다 그렇지 않은 생물이 더 많습니다. 범위를 조금만 넓혀보면 우리 인간이 가진 기준이라는 것이 얼마나 좁고 편협한지 알게 되지요. 다르다는 걸 인정하기만 해도 세상의 많은 전쟁과 폭력과 비극 중 절반은 사라질 거예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이 책은 폴리에 관한 이야기이자, 우리 자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폴리(poly’는 그리스어에 뿌리를 둔 말로 ‘하나 이상의’ ‘많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폴리처럼 쉽게 정의 내리기 힘든 다면적인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세상이 정해 놓은 잣대, 몇 안 되는 선택지 안에 우리를 끼워 넣기를 강요받을 때가 많습니다. 조금만 다르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기 일쑤지요.
이 책의 말미에 폴리는 마침내 자유로운 심판 에르베를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