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을 통해 창작하는 법,
다른 종과 잘 살아가는 법
여성 작가들의 창작론이 주목받는 지금 《한편》은 글쓰기 비법으로 대두한 우정을 탐구하는 세 편을 첫머리에 실었다. 작가 안담의 「작가 친구 연습」은 글방에서 배운 것을 회고한다.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는 1990년대생 여성 작가들이 다녔던 어딘글방에서는 작가의 친구가 되는 법까지 가르쳤다. 그것은 “인용하는 연습뿐만 아니라 인용당하는 연습”으로, 내 이야기를 내 생각과 다르게 인용해도 참는 일이다.
평론가 이연숙은 남들처럼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어려운 사람으로서 「비(非우정의 우정」을 쓴다. 친구면 친구, 연인이면 연인이라는 식으로 정해진 역할을 구분하는 사회적 압력에 대응해 “영원히 반복될 너라는 대상을 향한 나의 오해”에 충실하고자 한다. 한국문학 연구자 김정은이 쓴 「자기 언어를 찾는 방법」은 1984년 결성된 동인 모임인 ‘또 하나의 문화’를 소개한다. 새로운 문화를 찾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자 잡지였던 또문은 일반적인 연구 주제를 택하지 않은 저자의 롤 모델이다. 고정희, 김혜순, 김성례, 한림화의 연결망을 조망하는 작업은 “여성 저자를 초라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여자들을 애정하고 신뢰하는 방법”이다.
우정이란 또한 나와 다른 종과 관계를 맺는 방법이기도 하다. 「털 고르기를 하는 시간」은 동거 중인 개, 인간과 연구소에서 만난 침팬지 이야기를 전한다. 동물인지행동학자 김예나에게 공감이란 인간이든 동물이든 상대방의 상황을 알아가는 일이다. 상대가 보내는 신호를 정확히 파악하려 애쓰는 과학적인 태도가 사랑과 우정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실천으로 이어진다. 뤼스 이리가레, 발 플럼우드를 번역한 영문학 연구자 김지은은 「비둘기와 뒤얽히는 영역」을 관찰한다. 수원의 한 아파트 놀이터를 점령한 비둘기와 영역이 얽혀드는 가운데 하늘에는 인근 신도시에서 쫓겨 온 떼까마귀가 날아다니고, 지구 반대편에서는 악어가 인간을 습격한다. 철학이 막다른 길에 이를 때 행동의 실마리는 도시 환경의 특수성과 권력의 비대칭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