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장 환멸에 따른 변절자
안드레이 블라소프: 악마와 악마 사이의 고뇌
발터 폰 자이틀리츠-쿠르츠바흐: 이용만 당한 명문가 출신 장군
카를 프리드리히 괴르델러: 포기를 모르는 이상주의자
2장 시대의 희생양
필리프 페탱: 구국의 영웅인가? 허수아비 부역자인가?
아이바 토구리 다키노: 도쿄의 치명적인 장미
마를레네 디트리히: 죽어서야 조국에 돌아오다
3장 극단적 신념의 추종자
비드쿤 크비슬링: 매국노의 동의어가 되다
레옹 드그렐: 마지막 파시스트
4장 이기적인 배신자
카렐 추르다: 저항의 투사에서 추악한 변절자로
갈레아초 치아노: 권력의 정점에서 추락한 비운의 황태자
하임 룸코프스키: 핍박받는 자들의 지배자
5장 민족주의 투쟁가
수바스 찬드라 보스: 적의 적은 나의 친구다
드라골류브 드라자: 미하일로비치 방랑하는 세르비아인
스테판 반데라: 영웅과 악마의 경계에 있던 사나이
에필로그
감사의 글
흉상 하나를 두고 둘로 갈라진 도시
2021년 3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북동부의 비엘리나에서는 큰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흉상 하나를 설치하는 문제를 두고 시민들의 의견이 양분된 것이다. 이 흉상의 주인공은 옛 유고슬라비아 왕국의 군인인 드라골류브 드라자 미하일로비치로,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침략자 추축군에 맞서 싸운 바 있었다.
문제는 세르비아계인 그가 조직한 저항세력인 체트니크가, 적군인 이탈리아군을 상대로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유고슬라비아 내 다른 민족들(보스니아인 포함을 학살한 전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공산주의 파르티잔 출신인 티토가 권력을 잡은 뒤 그는 반역자로 처벌받아 죽음을 맞았고, 수십 년 동안 언급조차 금기시되어 왔다. 하지만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해체되자 세르비아인들 사이에서는 그를 억울하게 희생당한 민족주의자로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그리고 보스니아의 도시이지만 세르비아계가 다수를 점하고 있는 비엘리나에도 그의 동상이 세워지기에 이른 것이다.
이처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인물들 중에는 정치, 민족 문제 등이 얽혀 시간이 지난 후 완전히 상반된 평가를 받는 이들이 다수 있다. 《반역자와 배신자들》에서 저자는 이런 경우를 포함해 가능한 한 다양한 유형의 인물들을 소개하여 반역과 배신이란 말이 생각지 못하게 넓은 스펙트럼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주려 했다.
스탈린 대신 히틀러를 택한 안드레이 블라소프
이용만 당한 명문가 출신 장군 발터 폰 자이틀리츠
히틀러에 맞서 반체제 운동을 벌인 카를 괴르델러
가장 대표적인 유형의 변절자들은 자신이 속해 있던 국가에 실망해 등을 돌린 이들이다. 소련의 장군인 안드레이 블라소프는 한때 모스크바 방어의 영웅으로 칭송받았으나, 이후 반소, 반스탈린 선전활동을 전개하고 러시아해방군을 조직해 독일군의 편에 서서 싸웠다. 그가 변절을 결심한 것은 스탈린의 폭정 탓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스탈린은 우크라이나에 야기한 대기근, 권력을 다지기 위한 대숙청 등으로 백만 단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