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화 과정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촉진하고 물질적 풍요와 부의 기회를 제공했지만 이에 못지않게 심각한 사회 병리적 문제들을 초래했다. 자본주의 시장의 경쟁과 효율성의 논리 속에서 문화적 의미가 상실되고, 사회질서의 규범적 정당성이 훼손되었으며, 개인의 고유한 인격성이 파괴되는 등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적 문제들이 대두된다. 이는 문화의 상품화, 사회적 삶의 배제와 파편화, 노동의 상품화와 도구화, 개인주의 팽배, 공동체의 상실, 물신주의, 소득 양극화, 개인의 고독과 불안 등의 구체적인 사회 병리적 증후들로 양산된다. 이러한 사회 병리적 현상들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한정되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영역에서 경험되는 공적 문제들이다. 그리고 이런 병리적 주체들로 구성된 시민사회는 국가행정 권력과 자본주의 경제 질서에 종속된 채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통한 민주적 정치의 가능성을 상실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현대성의 위기는 공공성의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현대성의 맥락에서 공공성의 의미와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현대적 공공성이 근간으로 하는 공사 이분법적 질서의 한계와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민주적 공공성을 제안한다. 이와 관련하여 이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논의를 전개한다. 1부는 현대성에 관해 다룬다. 1장은 현대성에 관한 역사적 배경과 의미, 사회·경제적 영향, 현대성 기획의 내적 분열(칸트 대 니체과 화해 모색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전개한다. 2장은 현대성에 대한 비판 철학의 담론들을 통해 현대성이 초래한 위기적 현실들(정치적 행위의 상실, 자연과 인간의 물화현상, 공동체적 자유의 상실, 생활세계 식민화 현상을 드러내고 그것이 다름 아닌 공공성의 위기를 보여주는 단초임을 상기시킨다.
2부는 공공성 사상적 계보를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간의 철학적 논의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1장은 공공성 사상을 개관하고 2장은 자유주의의 사상적 전개과정을 고찰한다. 구체적으로는 고전적 자유주의, 칸트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