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맥과 흔적이 머물러 있는 곳
조상의 혼과 향을 만날 수 있는 곳
역사와 추억들이 포도송이처럼 알알이 박혀 있는 곳
현판 따라 바람 따라 그곳에 머물다
어떻게 하면 우리 선열들의 진주 같은 정자 속의 현판을 잘 보존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남도묵향》을 출간했다. 현판 속의 당시 우리 선열들의 주옥같은 시구를 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정자마다 누구누구의 시 몇 수가 이 정자 안에 남아 있는가 하는 것이 더욱 의미가 있다.
시의 내용은 읽는 사람이나 시대상에 따라서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세월이 흘러도 지금 보존되어 있는 현판이 먼 훗날까지 그대로 있을까 해서 책으로나마 보존하고자 정자 속의 현판을 알맹이로 엮어 보았다.
면암정에 15개, 송강정에 9개, 서하당에 5개, 식영정에 14개, 광풍각에 4개, 제월당에 7개, 취가정에 현판 7개에 석판하나, 환벽당에 3개, 독수정에 12개, 풍암정에 9개, 명옥헌에 4개 등 현재 총 90개의 현판이 걸려있으며, 그 자(字의 자태도 잘 나타내어 보일 수 있게 사진으로 남기고, 알기 쉽게 정자正(字로 옮겨 실었다.
송강정의 중수기를 읽어보면, 송강정의 흔적이 없어져 자료를 찾아서 다시 짓는데 무척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역사는 기록으로 남겨지지 않으면 설화가 되고 만다. 이 책은 앞으로 더욱 열정을 가지고 우리 문학의 산실이었던 송강과 고산 문학에 대하여 연구하고 심취하는데 귀한 자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