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네가 안드로이드라면,
그 사실을 알고 싶어, 아니면 영원히 모르고 싶어?
나리는 인공 지능 개발자인 엄마의 통화를 엿듣다가 전학생 ‘이로엔’의 이름과 ‘안드로이드’라는 단어를 함께 듣는다. 그리고 퍼즐 조각을 맞춰 나름의 결론을 낸다. ‘이로엔은 엄마가 만든 안드로이드다.’ 신기함도 잠시, 이내 서운한 마음이 든다. 딸한테는 신경 못 써 주면서 안드로이드는 저렇게 완벽히 만들다니.
나리는 로엔이 안드로이드라는 사실을 밝혀 로엔을 실험실로 돌려보내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로엔에게 달라붙어 같이 밥을 먹고, 운동장을 돌며 산책하고, 좋아한다는 초코우유까지 사 주며 구슬려 봐도 로엔은 자신은 안드로이드가 아니라며 딱 잡아뗀다.
‘설마, 자기가 안드로이드라는 걸 모를 수도 있는 걸까.’ 안드로이드는 가지고 있는 기억이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자아 정합성’이 깨져 수명을 다한다. 나리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만약 로엔이 정말 자신이 안드로이드라는 사실을 모르는 거라면, 로엔에게 알리는 게 맞을까? 아니면 진실을 모른 채 살아가도록 놔둬야 할까?
내가 아는 사실이 진실이 아니었을 때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그런데 그 진실이 내 존재 자체를 뒤엎을 만큼 커다란 것이라면? 마주하기 불편한 진실은 외면하는 게 나을까, 그래도 받아들이고 부딪쳐 보는 게 좋을까. 소설을 통해 청소년 독자들은 인공 지능의 ‘자아 정합성’이 깨지는 순간의 커다란 충격과 고민을 함께 느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남이 정한 목표를 위해 움직이는 건 안드로이드라며?
그럼 너도 안드로이드야?
나리는 로엔이 안드로이드라는 확실한 증거를 찾기 위해 열심히 로엔을 관찰한다. 로엔은 초코우유를 제일 좋아하는데, 그건 개발자들이 초코우유에 대한 로엔의 선호도를 10점 만점으로 입력해 두었기 때문이다. 로엔이 매일 공부만 하는 이유도 다른 애들이랑은 다르다. 개발자들이 설정한, 안드로이드라는 걸 들키지 않는 목표를 달성하려고 그러는 거다.
그런데 나리는 점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