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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에릭 사티, 이것은 음악이 아니다 : 에릭 사티가 남긴 서른 구절의 말
저자 시이나 료스케
출판사 북노마드
출판일 2023-11-11
정가 22,000원
ISBN 9791186561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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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김말 / 5
독자에게 / 7
사티를 읽다 / 9

1. 내 이름은 에릭 사티다. 다들 그렇듯이. / 27
2. 젊은 시절에 줄곧 이런 소리를 들었다. “쉰 살이 되면 보일 것입니다.” 나는 쉰 살이 되었다. 아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 33
3. 피아노는 돈과 마찬가지로 그것을 만지는 사람에게만 즐거움을 준다. / 39
4. 엘리베이터에 깜빡 우산을 놓고 온 모양이다. (… 우산은 나를 잃고 무척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 45
5. 인간을 알면 알수록 개가 좋아진다. / 50
6. 베토벤은 공공의 평화를 어지럽히는 자다. / 55
7. 라벨은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거부했지만, 그의 음악 전체가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 60
8. 드뷔시는 이 요리의 비법(가장 절대적인 비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 71
9. 우리의 정보는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보증하지 않는다. / 78
10. 나는 흰 음식만 먹는다. 삶은 달걀, 설탕, 갈아낸 뼈, 죽은 동물의 지방, 송아지 고기, 소금, 코코넛, 흰 물로 익힌 닭고기, 과일에 핀 곰팡이, 쌀, 무, 장뇌가 들어간 순대, 파스타, (흰 치즈, 목화 샐러드, 그리고 몇 종류의 생선(껍질 없이. / 83
11. 담배를 피우세요. 그러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당신 대신 피우고 말 겁니다. / 90
12. 등장인물이 무대에 나타날 때 오케스트라는 얼굴을 찌푸리지 말아야겠지요. 생각해보세요. 무대배경의 나무들이 얼굴을 찌푸리던가요? / 95
13. 예술에는 ‘진리’(물론 유일한 진리라는 의미에서가 없다고 나는 항상 이야기해왔으며, 내가 죽은 뒤에도 오래도록 이야기할 것이다. (… ‘예술의 진리’가 있다는 것은 ‘기관차-진리’ ‘집-진리’ ‘비행기?진리’ ‘황제-진리’ ‘거지-진리’가 있다는 선언을 듣는 것만큼이나 이상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 109
14. ‘가구 음악’은 본질적으로 공업적이다. (… 우리는 ‘유용한’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음악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예술
“사티는 자신의 독백을 아무도 듣지 못하도록, 작은 소리로 스스로에게 말을 건다.”
- 마르셀 슈네데르(프랑스 음악평론가

짐노페디, 그노시엔느, 배 모양을 한 세 곡의 소품……음악의 역사에서 독자적 광채를 내뿜는 에릭 사티(Erik Satie, 1866-1925의 작품에는 갖가지 해석이 뒤따랐다. 여러 미디어가 혼합된 작품의 밑바탕에는 전통적 미학에 대한 삐딱한 도전적인 태도가 깔려 있다.

사티는 풍자와 해학을 즐겼다. 이런 그의 면모는 작품 제목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관료적인 소나티네’ ‘차가운 소곡집’ ‘엉성한 진짜 변주곡-개(犬를 위하여’ ‘말의 옷차림으로’ ‘바싹 마른 태아(胎兒’ ‘배(梨 모양을 한 세 개의 곡’ ‘지나가 버린 한때’ 등 서로 모순되는 의미의 두 단어를 합쳐 놓거나 전혀 이미지가 연결되지 않는 단어를 합쳐 놓은 기묘한 제목은 듣는 사람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물론 그 속에 담긴 속뜻이 무엇일까 유추하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사티는 선천적인 반골 기질의 소유자였다. 학창 시절부터 아카데믹한 음악에 반감을 품은 사티는 생계를 위해 몽마르트르의 카페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다. 정통파들은 “음악의 격을 떨어뜨린다”며 눈살을 찌푸렸지만 사티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양한 패러디를 통해 고급 음악의 권위를 살짝 비트는 것을 즐겼다. 고전주의 작곡가 클레멘티의 소나티네 작품 36의 1번을 패러디한 《관료적인 소나티네》처럼 말이다.

외형적으로는 고전주의 소나타 형식을 따른 듯 보이는 《관료적인 소나티네》는 곳곳에 이를 살짝 비튼 풍자와 해학이 숨어 있다. 그중에서도 3악장의 ‘Vivace(빠르게’를 ‘Vivache’로 표기한 부분이 압권이다. ‘vache’는 프랑스어로 ‘소[牛]’를 말한다. 빠르고 경쾌한 리듬을 지시하는 이탈리아어 ‘비바체’를 느릿느릿 여유롭게 움직이는 ‘소’를 의미하는 프랑스어로 바꾸어 놓은 사티만의 언어 유희인 셈이다.

‘음악계의 이단아’ 사티는 언어의 곡예사이기도 했다. 그가 남긴 글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