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죽는 방법을 찾자
우리는 멸망 지구학 클럽이니까!
지구와 요성 델타가 충돌한다는 건 이미 전 세계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리고 일부는 화성으로 탈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오래전부터 암암리에 퍼지던 소문은, 2년 전 국제 우주국의 발표로 사실로 증명되었다. 그 발표가 끝나자마자 세계 곳곳에서 폭도로 변한 사람들의 시위가 이어졌고, 세계는 대혼란에 빠졌다.
아오와 친구들이 사는 일본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선택된 극소수만이 탈출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대피소에 들어가면 살 수 있다는 정부의 발표에 순진한 기대를 건다. 그렇게 한바탕 폭동은 수그러들고, 불안 속 평범한 일상은 계속된다. 물론 세상엔 희망이 없다.
학교에서는 자습이 일상이지만 학생들은 변함없이 학교에 나온다. 수업을 듣고, 악기를 연주하고, 야구나 축구를 한다. 도서실이나 야외에서 책을 읽고, 연극부는 연습에 매진한다. 이 고요하고 평온해 보이는 일상을 누구보다 ‘즐기는’ 이들이 ‘멸망 지구학 클럽’ 멤버들이다. 이들은 하루하루 줄어가는 목숨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멸망’ 직전에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 치열하게 하루를 살아간다. 멸망해 가는 현실을 원망하거나 슬퍼하는 대신 그 현실을 최대한 이용한다는 ‘멸지부’의 활동 방침은 역설적으로 ‘멸지부’가 멸망이 아닌 삶을 탐구하는 동아리임을 보여 준다.
채소와 토끼를 기르고, 반딧불이를 관찰하고, 지구를 파멸시킬 요성 델타를 관측한다. 산속의 빈 오두막을 거대한 카메라로 개조해 자신들의 사진을 남긴다. 부장 다마카는 후속 연구로 세계 폭동이 시작된 시점부터 멸망 직전까지의 역사를 연구하자고 제안한다. 다만 역사를 잘 아는 멤버가 없기에 다마카가 점찍은 중학생 ‘마사요시’를 마지막 멤버로 영입하면서 ‘멸망 지구학 클럽’의 마지막 활동 ‘지구 종말사’ 정리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어른이 될 수도 없고, 꿈도 이룰 수 없는 세상
대피소에 갇힌 채 죽을 것인가, 자유롭게 죽을 것인가
선택은 오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