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序, 허당의 품격 ─ 도올 김용옥 004
옛 것은 살아있다
신라의 사운드 디자인 014
바람의 새, 봉황 020
빛光과 비雨의 살 026
문자도, 충忠 032
쌍둥이 도깨비 038
사유의 방 044
모·임·방 054
닭을 키우며 062
소리를 보다 070
인왕산에 비 그치고 080
흑산黑山의 자산玆山 090
그때 그 꽃을 보지 못했으면 그뿐 098
조의弔衣 106
방물장수, 박물장수 112
야野해서 좋다 118
다시, 저것이 이것을 죽일 것이다 128
예술과 디자인 사이에서 진화하다
의자 인간 142
우산 속에서 154
불을 담다 164
문자 오디세이 174
전통과 혁신 184
몬드리안 부기우기 196
올 댓 연필 202
산 속의 산 210
낙산 대장장이 220
드러나야 할까, 스며들어야 할까 230
계동 골목 238
언젠가는 세월 따라 떠나가지만 246
지상의 낙원 한 칸 256
사유의 숲을 걷다 264
빛바라기 274
도움 받은 자료 284
마치며 286
〈철학자 도올 김용옥선생의 추천사〉
보통 우리가 하는 말에 “아는 만큼 본다.”라는 명언이 있다. 이 책은 ‘아는 것’과 ‘보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고품격의 담론이다.
박물관의 기운이 스며있는 저자!
이 책은 지식이 아닌 영감! 시각이 아닌 영각!
박현택 선생은 홍익대를 졸업하고 박물관 디자이너로 30여 년간 근무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와 출판, 문화콘텐츠 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끊임없이 혁신적인 활동을 하였다. 오랜 세월 그가 박물관에 자신의 역량을 베푸는 동안 그에게도 박물관의 기운이 스며들었을 것이다. 나는 그의 디자인을 접하면 내가 범접할 수 없는 ‘경지’가 그에게 확보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늘 나의 상상력보다 더 참신한 영역에 가 있다. 나의 통념적 루틴을 벗어나는 그의 재기는 과연 어디서 오는 것일까? 독자들은 그 해답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역사지식의 모음이라든가 예술적 식견을 밝힌 저술이 아니다. 디자이너로 지내오면서 그가 느꼈던 그 모든 시각의 비밀을 노출시킨 책이다. 이 책은 지식이 아니라 영감이요, 시각視覺이 아닌 영각靈覺이다.
허당과 다석, 그리고 미니멀리즘!
비움으로써 시각을 완성하자!
그는 자신의 호를 ‘허당虛堂’이라고 지었다. 한자로 쓰게 되면 좀 그럴듯하게 보이는데 우리말로 들으면 좀 허망하게 들린다. “그거 허당이야”라고 말하면 리얼리티를 결여한다는 말이다. “나 허당이야”라고 말한다면 허당은 자기 인생의 모든 가치와 태도를 부정하는 꼴이 되고 만다. 생이불유生而不有, 집착을 버리려는 스스로의 다짐으로 생각되는데, 그 허당의 내포가 그가 추구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의 본색이다.
허당을 더듬다보니 다석 유영모 선생이 떠오른다. 우리나라 20세기의 사상가 중에 매우 특이한 인물이다. 남강 이승훈 선생의 초빙으로 오산학교 교장선생을 지내셨는데, 이 분은 기독교를 노자사상 속에서 용해시켰다. 그런데 그 분의 말씀 중에 재미있고도 심오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