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어떤 상태를 ‘문제’로 규정하고 ‘치유’해 왔는가?
“치유는 백인 서구 사상과 문화에 침투한 이데올로기다”
병을 치료하여 더 나은 상태로 만든다는 의미의 치유는 언제나 ‘결함이 있고’, ‘문제가 있는’ 상태를 전제하는데, 저자에 따르면 이는 정치적인 규정이다. 의료적, 과학적, 국가적 권한을 등에 업은 권력 집단은 장애인, 유색인, 퀴어 들을 결함이 있는 존재로 공표하며 치유라는 명목으로 폭력과 억압을 휘둘러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 백인, 부유층, 비장애인, 시스젠더로 대표되는 지배 집단의 특성은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것의 기준이 되었고, 이에 속하지 못하는 수많은 몸과 마음들은 가치 없으며 제거되어야 할 존재로 전락했다.
『눈부시게 불완전한』은 이러한 ‘치유’ 개념이 현대의 문화 및 가치 체계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정상성’을 설파하는 일종의 이데올로기로 기능한다고 주장한다. 클레어에 따르면 치유 이데올로기는 여전히 시행되고 있는 장애 선별적 임신 중지와 같은 의료 기술은 물론, 매우 일상적인 도구들에도 스며들어 있다. 가령 흔히 판매되는 피부 미백 크림은 피부색이 어두운 신체는 매력적이지 않은 몸, 도덕적이지 못한 몸으로 여기는 인종차별적인 메시지를 강화하며 백인 우월주의를 답습하는 식이다.
정상성을 작동시키는 강력한 기제로서 ‘치유’의 구조, 작동 방식, 목적, 사례, 약속 들을 구조적으로 파헤치는 『눈부시게 불완전한』은 단순히 치유를 거부하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치유를 둘러싼 정치적·경제적 권력관계를 이해하여 고통과 치유, 건강과 회복을 이해해 나가는 프레임을 새롭게 설정해 보자는 전복적인 제안이다.
적응하고 협상하고 의존하고 욕망하는 몸과 마음들
극복과 치유 너머, 불완전한 존재들의 다채로운 가능성에 관하여
장애 및 질병 캠페인 광고에서 흔히 쓰이는 수사들을 떠올려 보자. 낙마 사고로 전신마비 장애인이 된 이후 최첨단의 치료를 찾아다니며 두 발로 서기를 끊임없이 갈망했던 《슈퍼맨》의 주연 배우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