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 능행차를 통해 본 정조
지난 10월 초에 수원화성문화제의 하나로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 행사가 있었다. 서울시 수원시 화성시 수원 세 군데에서 치러지는데 1997년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행사이다. 조선시대 왕의 어떤 업적을 기리기 위해 이틀 동안 세 군데의 도시에서 치르는 매우 드문 경우이다. 그만큼 정조의 능행이 후대에 길이 남을 만큼 대단하고 놀랍기 때문에 지금까지 재현되는 게 아닐까.
정조는 세종대왕 이래로 백성을 살피는 성군이었고 극진히 어머니를 챙기는 효자였다. 아버지 사도세자가 임호화변(1762년으로 뒤주에서 생을 마감한 뒤, 정조는 1776년 24세에 왕위에 올랐다. 왕위에 오른 첫 해에 여러 차례 자객의 습격을 받았다. 정적들은 정조가 왕위에 오른 것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그런 위험한 일을 당하면서도 정조는 정적들을 내치기보다 손을 내밀어 통합하려 노력했고, 백성을 돌보고 개혁을 이뤄내는 일에 더 힘을 쏟았다.
정조는 1789년 사도세자의 묘소를 현륭원으로 옮긴 뒤 11년 동안 총 13번의 능행을 다녔다. 서울에서 수원까지 오고 가는 일이 그리 쉽지 않았던 조선시대에, 그것도 왕의 행차라서 절차와 준비가 만만치 않았을 텐데도 정조는 아버지의 묘소를 자주 찾아갔다. 그중에서 정조 즉위 19년인 1795년 을묘년에 어머니 혜경궁을 모시고 수원 화성에 다녀온 8일 동안의 행차는 기록할 만한 대규모 행사였다. 당시 행차 준비 과정 및 행사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여 책으로 남긴 것이 바로 《원행을묘정리의궤》이다. 정조는 매우 꼼꼼한 왕이었다. 행사 전반에 대한 소소한 일까지 기록하고 그려서 후대에 남겨야 다음 왕이 어떤 행사를 할 때 도움이 될 거라 여겼던 것이다. 덕분에 지금의 우리도 정조가 어머니의 환갑잔치를 화성에서 성대하게 치러주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원행을묘정리의궤》와 화성원행에 대해 자세하게 풀이한 책은 몇 권 출간된 적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어른을 위한 책이고 역사에 관심이 많은, 소수의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