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철학은 그 이전의 철학사 전체가 그곳으로 흘러들어오고 또 그 이후의 모든 철학들이 그곳으로부터 발원하고 있는 하나의 광대한 호수에 비유될 수 있다. 또한 칸트의 사유 속에서는 철학적 사유의 모든 근본문제들과 기초개념들이 다듬어지고 있다. 따라서 칸트 철학에 대한 독해는 그 자체로서 뿐만 아니라 철학적 사유 일반에 대한 이해와 우리의 자기이해를 위해 단적으로 필수적인 과제이다. 그러나 칸트의 저작들을 이해하고 관련된 철학적 쟁점들을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이러한 어려움은 우리에게 칸트의 텍스트를 독해할 수 있는 개념적 지도와 영향작용사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적 사항들에 대한 설명이 주어져 있지 않은 데 기인한다.
독자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듯이 이『칸트사전』은 칸트 철학의 풍부한 내용들을 명확하게 서술할 뿐만 아니라 텍스트 비판과 현대 철학과 연관된 칸트 연구의 다양한 문제 국면들을 빠짐없이 제공함으로써 이후 칸트 연구가 한층 더 전진하기 위한 바탕을 구축하는 인상적인 성취를 이룩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칸트사전』은 처음으로 칸트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상적인 출발점이자 칸트 철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을 위한 필수적인 자료이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칸트사전』은 칸트 이해와 연구를 위한 안내자가 필요할 때 우리에게 최선의 선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비판기 이전과 이후를 포함하여 칸트 철학 전반에 걸친 안내서의 부재를 아쉬워하며 칸트 독해의 어려움을 토로했던 이들은 이『칸트사전』과 더불어 비로소 더할 나위 없이 명료하고 친절한 교사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 자신이 독일 철학 연구자이기도 한 번역자 이신철 씨는 우리에게 바로 그와 같은 사전을, 그것도 최선의 것으로 제공해주었다. 우리말로 옮겨진 이 사전은 말끔하게 읽힌다고 자부한다.
이 사전은 또한 다음과 같은 점에서도 의의를 지닌다. 일본의 칸트 연구 역량이 총 결집하여 성취한 이『칸트사전』은 성실하게 문제의 핵심에 접근해가는 일본의 인문학 연구자들의 덕목을 유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