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이 사전은 철저한 자료조사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종래에 거의 취급되지 않은 자연철학 영역까지도 포괄하고 있으며, 또한 “독일인들에게는 자명해도 일본인들에게는 설명될 필요가 있는 항목”을 누락시키지 않는 세심한 배려가 담겨 있다. 여기서 “일본인”의 자리에 “한국인”을 집어넣어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요컨대, 이 "헤겔사전"은 헤겔사전이 문제일 때 우리에게 최선의 선택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거꾸로 말해서, 이제 헤겔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사전이 없어서 못하겠다는 말을 더이상 할 수 없는 조건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 자신이 헤겔 연구자이기도 한 번역자 이신철 씨는 우리에게 바로 그 사전을, 그것도 최선의 것으로 제공해주었다. 한국어로 옮겨진 이 사전은 말끔하게 읽힌다고 자부한다.
이 헤겔사전이 갖는 의의는 또한 이렇다. 서양의 집필자들과는 달리 일본의 집필자들은 어떻게 핵심으로 곧바로 진입할 것인지를 아는 고전적이지만 진실된 바로 그 덕목을 알고 있으며, 실천하고 있다. 매 항목들에 대한 정의와 설명들은 바로 이러한 덕목으로 반짝인다. 이점 때문에 우리는 이웃나라 일본의 인문학적 성취에 찬사를 보내야 하며, 그것이 최고의 성취일 때 이를 번역하여 수입하는 데 조금의 망설임도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담겨있다. 간결하고도 핵심을 찌르는 항목 설명들은 참으로 읽는 이에게 희열을 제공할 것이다. 이 사전은 그동안 사전 없이 학습해 왔던 한국의 학생들과 연구자들에게 사전에 대한 취미를 되살려줄 것이다.
근래에 헤겔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이는 물론 시대의 변화된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고, 또한 어느 정도는 지성계에서 슬라보예 지젝의 눈부신 활약 덕분일 것이고, 또한 절망적인 조건하에서도 헤겔을 저버리지 않은 한국의 아직은 이름 없는 연구자들의 헌신 때문일 것이다. 이런 시기에 헤겔사전의 출간은 가뭄의 단비와 같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부디 이 사전이 학생들과 연구자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