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케로가 전하는 일상의 지혜
철학은 만고불변의 진리라고 하지만, 철학자도 결국엔 그 시대를 산 사람이기 때문에 당시의 담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철학을 보는 데서 당시의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 그런데 키케로 등의 서양 고전에는 2000년이라는 시간적 장벽이 존재한다. 키케로의 시대와 지금의 시대는 사고와 생활 방식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고, 그러한 틀 안에서 존재했던 서양의 고전 철학은 지금 우리의 철학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되는 철학이 있다. 철학이 결국엔 사람에 대한 것이라면, 결과적인 차이는 있더라도 궁극적인 차이는 좁혀진다. 쉽게 말해, 사람 사는 것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하지 않던가.
시대를 뛰어넘는 철학은 학문적, 정치적, 사회적 담론이 아니라 일상에 녹아든 지혜로 존재한다. 『노(老카토 노년론』은 일상의 철학이다. 노년에 대한 키케로의 철학이 담긴 이 고전은 지금 시대에서 노년을 바라보는 관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키케로는 카토의 입을 빌려 노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부정적 이미지를 네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노년이 되면 사회적 활동에서 멀어진다. 둘째, 육신이 쇠약해진다. 셋째, 쾌락을 빼앗긴다. 넷째, 죽음을 가깝게 느낀다. 카토가 제시한 네 가지 불평은 지금 시대에 노년에 대해 느껴지는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카토가 이에 대해 제시하는 지혜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통용될 수 있지 않을까?
지혜로운 노년의 삶에 대한 철학
카토는 노년에 대한 네 가지 불평을 정리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노년의 장점과 이를 바탕으로 한 삶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첫 번째 불평인 사회적 소외에 대해서는 비록 신체적 여건 때문에 정치적, 군사적 참여와 활동은 어렵더라도 경험을 토대로 사회적, 정치적 조언을 할 수 있고 문학과 철학 분야에 종사할 수 있다. 두 번째 불평인 육신의 쇠약에 대해서는 이를 지적 능력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고, 오히려 노년에는 육체가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