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참을 수 없이 간질간질
어쩌면, 분명히도
동동
새 학기 첫날
SNS
나는 기다리고 있어요
내 안의 안
3시간째 게임 중
밤의 끝과 끝
진수가 지수에게
바람 빠진 풍선
궤적
나무처럼 새처럼
어쩌려고 그러냐고
눈썹
꽃사과
2부 두 걸음 밖의 세상
허락된 시간은 15초
거울을 봤는데
우주의 난파선
단계
장래 희망
진로 상담
사소한 무질서
13세
자대비 내리는 날에
7반 앞 복도 소화기
착한 소비
형광펜
혼나는 중
괜찮다고 말해 줘
삶은 겨우
3부 여기가, 안전거리
알림
안과 밖
너와 나의 거리
너
우연의 수학
가는 날이 장날
내가 기억될 냄새
티슈
줌
헤어진 후
한 철의 우리
말
우산
전학생
밀당의 귀재
4부 다만 따뜻한
물집
봉사 활동
진짜 자유
구심력
바다로 가자
x의 정체성
미장원에서
걸어오는 동안
물거울
낮은 소리로 말해 줘
가을, 도토리 무리
병아리
빛나는 별에게
끝없이 간질간질하고 씩씩해지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응원하는 시
-“무한한 반전이 남아 있는 페이지들”을 향해 달려 나가길!
이근정 시인은 “이해와 비난을 동시에 받는 나이”(「13세」인 청소년들의 내밀한 감정을 사려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매번 다른 온도로 나타나는 마음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이 시집에는 이해엔 상처받고 비난엔 돌연 반기를 드는, 그러나 끝없이 간질간질하고 씩씩해지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응원하는 온기가 담뿍 담겨 있다. 시인은 “그냥 손잡아 줄래?/식어 버린 말들 틈에서/내가 널 그대로 느낄 수 있게”(「말」 라고 말하며 포옹과 포용이 닮아 있음을, “살아있다는 건 별 일 없이 다만 따뜻한 일이라는 걸”(「병아리」 전한다. 또한 시인은 농구공, 소화기처럼 학교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사물들과 스크린 타임, 하이라이트, SNS 등의 시어를 통해 “여기로부터 딱 두 걸음 밖의/세상에는 무엇이 있나요”(「진로 상담」라고 물을 수밖에 없는, 아이도 아니고 성인도 아닌 청소년의 부대낌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청소년 시절을 떠올리면 겨울이 떠오른다는 시인의 말처럼, 흰 눈이 쌓인 환한 풍경은 뛰어나갈 수 있는 백지의 벌판이며 동시에 “앗 하는 순간 지나가 버리는 짧은 행복”(시인의 말이다. “우리는 아직 전개를 달리는 중”(「괜찮다고 말해 줘」처럼 시집에 유독 달려 나가는 화자들이 많은 이유일 것이다. 이 시집을 읽게 될 청소년 독자들 모두 “오고 있는 다른 눈을 품 활짝 벌려 안아 주”며 “무한한 반전이 잔뜩 남아 있는” “아직 넘기지 않은 페이지들”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