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의 말
그의 주저 <영혼론>과 <인간기계론>에서 라 메트리가 공격하는 주요 주제는 바로 영혼이다. 그리고 그는 신체와 영혼을 구분하면서 이들 각각에게 연장과 사유라는 속성을 부여한 데카르트의 체계를 문제 삼는다. 수동적인 물질을 운동하게 만드는 물질과는 완전히 다른 속성을 가진 어떤 실체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도대체 우리 몸속 어디에 존재하는가? 이 문제는 서구 철학사 및 의학사에서 언제나 논쟁적인 것이었다. 라 메트리는 영혼의 자리를 송과선(松科腺, la glande pineale에 두었던 데카르트의 견해를 반박하면서 <영혼론>에서 “데카르트의 주장에 따르면 신체와 영혼은 완전히 상반된 두 개의 본성을 갖는데, 신체는 운동만 가능하고 영혼은 지식만 가능하다. 그러므로 영혼이 신체에 작용하는 것도, 신체가 영혼에 작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신체가 움직인다고 가정해보자. 영혼은 그 운동을 받아들이지 못하므로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다. 영혼이 사유한다고 가정해보자. 신체는 운동만을 따르므로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다”고 쓰면서 상이한 속성을 가진 두 실체가 있다면 이들은 서로 고립되어 있을 뿐 상호 작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물론 이러한 비판이 라 메트리의 독창적인 생각은 아니다. <성찰>의 여섯 번째 성찰에서 데카르트는 “신체는 본성상 가분적이고 정신은 전적으로 불가분하다는 점에서 정신과 신체 사이에는 대단히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전제한 뒤, “정신이 신체의 모든 부분의 자극을 즉각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단지 뇌로부터, 혹은 뇌의 가장 작은 부분 중 하나의 자극을 받”는다고 본다. 여기서 데카르트가 말하는 뇌의 가장 작은 부분은 둘로 나뉜 좌뇌와 우뇌 사이에 존재하는 송과선이라는 아주 작은 샘(腺이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 데카르트의 동시대 철학자였던 가상디는 데카르트의 송과선이 아무리 작더라도 그것은 결국 연장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가상디는 연장을 갖지 않는 영혼을 전제하는 데카르트의 체계에서 설령 이 송과선을 “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