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펴내며 5
_제1부
날아온 산의 비밀 비산동-날뫼, 외뫼, 똥뫼 17
봄버들 휘늘어진 노량진-노돌, 노돌목, 노루목 27
영등포는 긴 등성이-긴등, 진등, 긴마루 37
하늘 떠받든 봉천동고개-살피재, 살피꽃밭 46
아홉 노인이 바둑 두던 구로동-구루지마을, 구로지 51
서초동 반포동의 흙내 나는 옛 이름-서릿불, 서릿개 59
서울의 주산이 될 뻔했던 안산-질마재, 무악 67
명필 이광사가 살았던 서대문 원교-둥그재 77
되놈이 넘어온 미아리고개-되너미고개, 왜너미재 86
화투장 6월에 핀 목단꽃-모란, 모란공원, 모란봉 96
사근내고을 큰 장승-사근내, 사근절, 사근다리 104
_제2부
학다리고등학교-흙다리, 섶다리, 외나무다리 115
고산자 김정호가 洞雀洞(동작동으로 새겨 넣은 이유-골짜기, 골적이 125
우면산 골짜기의 마을들-우마니, 구마니 134
말이 갑자기 뛰쳐나온 돌마-돌마, 돌말, 돌리 142
석우에서 작별하고 떠난 유배길-돌모루, 모롱이, 모롱고지 149
도라산과 한라산은 같은 이름-도라미, 도리미, 두리메 156
우리에게 광야는 있었을까-알뜨르, 뒷드루, 징게맹게 외에밋들 164
특별시도 보통시도 아닌 기지시-도투마리, 베틀재, 틀모시 174
대홍수의 오랜 기억 여항산-고리봉, 배맨바위, 배넘이산 182
각호산은 아가리째진산-쌀개봉, 볼씨, 장수궁디바우 190
고기 잡으며 숨어 산 마을 어은리-느린골, 느러리, 느리울 198
_제3부
울자 내 사랑 꽃 피고 저무는 봄-개여울, 개울 209
살구꽃잎 비처럼 내리던 행주산성-살구나무골, 행화촌 217
봉사꽃 유달리 고운 북쪽 나라-오랑캐고개, 오랑캐꽃 225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백석-여우난골, 가즈랑고개 233
천년을 노란 우산 펼쳐 든 동리-은응뎡이, 은행나무골, 행자나무골 243
아직도 젊은 느티나무-느티울, 느티나무골, 느티나무께 252
구름에 잠긴 마을 몰운리-구름밭, 구루물, 구루미 262
비둘기는 도대체 어
저자의 말
우리말 땅이름은 민중의 언어로, 지역의 언어로 끈질기게 명맥을 이어왔다. 왕이나 사족의 말이 아니라 땅에 엎드려 농사짓고 우물물 길어다 밥 지어 먹고, 대장간 망치 두드리고 발품 팔아 장사 다니던 서민남녀들의 말로 살아온 것이다. 그들이 애초의 명명자이기도 했지만 그 땅에 밀착해서 대를 이어 삶을 이어왔기 때문에 그들의 말로 생활 속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런 탓에 우리말 땅이름은 중앙이 아닌 지방에, 도시가 아닌 시골에, 큰 곳이 아닌 작은 곳에 민중의 언어로 강하게 뿌리박았던 것이다. 지금도 시골 지역에 그리고 작은 땅이름(소지명에 우리말 이름이 많이 남아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 땅이름은 한번 듣고 잊어버릴 수 있는 단순한 기호는 아니다. 거기에는 수십 혹은 수백의 대를 이어온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의 삶의 숨결이 배어 있고 손때가 묻어 있다. 지리적인 정보 외에도 거기에 깃들여 살았던 민중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들의 정서가 무늬처럼 새겨져 있다. 또한 거기에는 시간과 함께 변화해온 민중의 언어가 똬리를 틀고 있어 국어학의 보고이기도 하다. 이런 모든 것들이 우리가 그 이름들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책 속에서
영등포 지명은 어디에서 유래되었을까. 가장 일반적인 독법으로는 우리말 무엇을 ‘영등’으로 표기했을까를 따져보는 일일 것이다. 우리 지명의 경우 우리말 이름이 먼저 있고, 그것에 근거해서 한자화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한자 지명 영등의 영 자는 ‘길 영(永’이고, 등은 ‘오를 등(登’이다. 이 경우 ‘영’은 ‘길다’는 뜻을 빌려 표기하고, ‘등’은 ‘오르다’의 뜻이 아니라 그대로 음을 빌려 표기한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그렇게 보면 영등은 ‘긴등’이 된다. ‘긴등’ 지명은 전국적으로 많은데 ‘긴 등성이’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대개 산 능선이 야트막하고 길게 뻗어 있는 경우 생기는 명칭이다. 산등성이 지명은 ‘등’으로 주로 쓰였지만 ‘마루’로도 쓰였다. ‘마루’는 ‘등성이를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