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1. 젓가락은 어떻게 우리 곁에 왔을까
세 가지 식사법, 구역질은 누구의 몫일까? | 손은 이미 완벽한 식사도구다 | 공자, 손으로 밥을 먹다 | 젓가락은 신의 것, 손가락은 인간의 것 | 한중일 젓가락은 모양과 크기만 다를까? | 노인을 위한 젓가락은 있다 | 삶과 죽음의 경계, 숟가락
2. 요리의 최전선, 칼과 도마
최초의 주방도구, 칼 | 돌칼에서 시작된 안면성형 | 칼에 생명을 불어넣은 날 | 불맛, 손맛 이전에 칼맛 | 상처받을 수 있는 쓸모 있는 몸, 도마
3. 주방 그리고 남자와 여자
부엌일에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여자는 없다 | 먹을 줄만 아는 남자, 아리스토텔레스 편 | 먹기만 하는 남자, 맹자 편 | 포르노그래피와 닮은 요리하기, 남자가 칼을 들 때 | 몹시 해괴망측한 제사법 | 주방으로 들어갔다 이혼당한 단카이 세대 | 맛의 원형질, 집밥 그리고 어머니
4. 따뜻한 한 그릇의 밥이 되기까지, 냄비
끓여먹는다는 것의 혁명 | 먹어야겠다는 욕망과 도구의 발명 | 냄비, 신석기시대 사회복지를 구현하다 | 물 요리 도구의 진화, 양숙과에서 타진냄비까지 | 물로 굽는 시대, 수비드 요리 | 밥 짓기에서 해방되다, 전기밥솥
5. 우리에게 없었던 프라이팬, 사라지는 밥상
볶음밥은 양식이었다 | 프라이팬은 지짐남비이올시다 | 김치볶음밥은 언제부터 먹었나? | 한때는 보석이었던 알루미늄 | 천덕꾸러기가 된 알루미늄 | 코팅 프라이팬과 원자폭탄의 공약수 | 밥상은 우리 주방에서 사라질까?
6. 불의 진화, 부엌에서 주방으로
요리는 머리로 한다 | 불 피우는 일은 만만치 않다 | 불꽃이 없는 신기한 화덕, 전자레인지 | 난방에서 해방된 부엌, 주방이 되다 | 또 다른 새로운 불, 전기레인지 | 나는 아내가 있어서 좋다, 아가 쿠커 | 정말 튀기는 걸까, 에어 프라이어
7. 추위를 꺼내 먹다, 냉장고
얼음은 부동산이었다 | 시원함에 대한 욕망 | 냉장고는 위험하다 | 냉장고는 도시
젓가락은 신의 것, 손가락은 인간의 것
1장 ‘젓가락은 어떻게 우리 곁에 왔을까’에서는 손으로 먹는 나라와 젓가락을 쓰는 문화의 구분부터 시작해 인간의 손이 유인원의 손과 갖는 차이, 처음 젓가락에 신에게 올리는 제사상의 음식을 옮기는 용도였을 때부터 일반화되기까지의 역사를 짚고 있다. 가령 젓가락은 처음 등장했을 때 핀셋 형태에 가까웠다. 한 개의 대나무를 구부려서 이런 형태를 만들었는데 의례의 음식을 옮기는 용도에 적합했다. 그리고 인간의 손엔 ‘짧은손바닥근’이라는, 작지만 불가사의한 기능을 하는 작은 근육이 있다. 이 근육은 우리가 손끝을 오므릴 수 있도록 하고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면 탄탄하게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원숭이는 이 근육이 없다. 젓가락을 쓰는 한·중·일 문화에서 식사 방법에 따라 젓가락의 길이와 무게가 어떻게 다른지를 다룬 부분도 흥미롭다. 멜라민 수지로 만든 25센티미터 중식 젓가락의 무게는 20그램이다. 일식 젓가락으론 조금 긴 편인 24.2센티미터 멜라민 일식저의 무게는 19그램이다. 재질이 나무가 되면 더 가벼워진다. 나무젓가락은 중식과 일식 모두 12~13그램 안팎이다. 하지만 우리 젓가락은 22.8센티미터 스테인리스의 무게가 43그램이다. 식당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인삼 저분(손잡이에 인삼 문양이 들어간 베스트셀러로 인삼 숟갈과 한 쌍의 경우 23
센티미터에 47그램이다. 삼치구이 한 마리를 꼼꼼히 발라내고 뚝배기감자탕 속 돼지등뼈에 붙은 살을 속속들이 젓가락으로 발라내본 적이 있다면 쇠젓가락의 무게를 실감할 것이다. 다 발라낼 즈음이면 손아귀에서 쥐가 난다.
칼의 각도가 15~25도 사이인 이유
2장 ‘유리의 최전선, 칼과 도마’에서는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 인간은 불을 먼저 만났을까, 칼을 먼저 만났을까? 정답은 칼이다. 고고학 유물로 출토된 다양한 돌칼에서 시작된 칼의 연대기가 펼쳐지는 2장은 역시 요리는 불맛, 손맛 이전에 칼맛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주방용 칼은 편도 15~25도 사이다. 이 각도면 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