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전에 쓰인 최초의 이순신 장군 전기
“아, 저 넬슨이 비록 무용이 뛰어나다 하나, 만일 오늘날 20세기에 이 충무공과 같이 살고 해상에 풍운이 일어 서로 만나게 된다면, 필경 충무공의 아들뻘이나 손자뻘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나라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던 시기에 단재 신채호는 이순신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나라를 구할 ‘제2의 이순신’을 기다리는 신채호의 간절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지금은 어떤가?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고, 중국은 세계 최강국 미국과 일전을 불사할 태세다. 그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낀 우리는 또다시 지정학적 숙명론이나 되뇌어야 하는가?
이순신은 홀로 나라를 구하다시피 했다. 일본인들은 그런 그를 가장 두려워하고 그러면서도 존경했다. 힘이 있을 때 평화도 있는 법이며, 상황이 어려울수록 난국 속에서 의연히 나라를 지켜낸 이순신의 지혜를 반추할 필요가 있다.
이순신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 가장 원초적인 자료에서 접근해보자는 게 이 책의 기획취지다. 이순신의 삶을 온전히 기록한 최초의 기록은 이순신의 조카 이분이 지은 《행록》行錄이다. 이순신의 큰형 이희신의 아들인 이분은 이순신을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보고 함께 전장을 누빈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부모가 일찍 세상을 뜨는 바람에 어려서부터 이순신의 보살핌을 받았으며, 수군통제사 이순신 곁에서 문서 작성 등의 일을 도왔다.
《행록》은 이순신이 세상을 떠난 지 십오 년쯤 지나 집필된 것으로 추정된다.이순신 자신이 《난중일기》와 《임진장초》 같은 소중한 기록을 남겼지만, 이분의 《행록》이 있었기에 우리는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을 포함한 이순신의 전 생애를 복원해 낼 수 있는 것이다. 《행록》은 그 뒤로 이어지는 이순신에 관계되는 모든 저술의 뿌리이자 젖줄이다.
《행록》은 이순신의 후손들이 간행한 《충무공가승》(1715과 정조 때 규장각에서 편찬한 《이충무공전서》(1795에 실려 간행되었다. 지금까지 단행본으로 출간된 것은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