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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파란 대문을 열면
저자 허은미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 2023-11-14
정가 17,500원
ISBN 9788954696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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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작은 창문으로 내다보면 온 동네가 다 보여.
아랫집 영수 목욕하는 게 보이고 집집마다 널어놓은 빨래들이 보여.”

그림책의 흰 화면 전체를 때로는 대담하게 가로지르고, 때로는 물씬한 감정으로 가득 채우며 서사를 풀어 가는 한지선 화가의 그림에서, 가장 가깝게 다가오는 것은 바로 반가운 세부들이다. 어느 집마다 다락방을 채우고 있던 오래된 책들과 잡동사니, 그때는 흔히 볼 수 있었던 뜨개 편물들이나 거실의 벽시계, 줄이 달린 전화기,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사물들이 이야기 속 세계를 구체적으로 지탱하고 있다. 주시점의 높이와 화각의 넓이를 자유자재로 움직여 가며 보여 주는 풍경은 보는 이들을 그 골목으로 데려다 놓는 듯하다. 와르르 달려드는 꽃향기나 하늘을 한순간에 집어삼키던 저녁노을, 해질녘의 온도가 그대로 느껴진다.
그런가 하면 특별한 장치나 거추장스러운 수사가 없는 담담한 문장들은 그림책 『파란 대문을 열면』이 서 있도록 하는 단단한 지반이라 할 수 있다. 어린 시절의 작가가 살던 서울의 한 동네의 풍경과 자전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진솔한 힘이 시각적 표현과 독자의 감정을 적절한 장력으로 이어 준다.

파란 대문 우리 집은, 어디에 있을까

허은미 작가는 그간 『진정한 일곱 살』 『불곰에게 잡혀간 우리 아빠』 등의 작품을 통해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보편적이면서도 비밀스러운 진실들을 예민하게 포착하여 위트 있게 전해 주곤 했다. 그것이 허은미 작가의 이야기를 독자들이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사랑해 온 이유이다. 그의 이야기 속 주인공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은 때로는 설탕으로 감싸지지 않은 알약처럼 쌉쌀하고 때로는 사자마자 바닥에 떨어뜨린 아이스크림처럼 슬프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주인공들은 어쨌든 모두 삶의 다음 단계를 향해 걸음을 뗀다는 점에서는 같았다. 그래서 낮꿈을 꾸다 갑자기 깨어나 버린 『파란 대문을 열면』의 주인공이 몸을 일으켜 어디로 향할지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거실로 드는 길고 노란 오후의 햇빛이, 테라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