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아주 더운 날
엘리베이터 입구에
오고 가는 사람들 마시라고
시원한 물병 놓아두었다는 이야기는
기분 좋은 나눗셈이야
봄이면
할머니집 처마에
집 짓는 제비
잘 지내가 가라고
제비집 아래
나무받침대를 대어주는 것도
기분 좋은 나눗셈이야
아파트 입구
수요일 12시면 찾아오는
채소 장수 트럭 쉬어가라고
은행나무가 내어주는 그늘도
기분 좋은 나눗셈이야
나눗셈,
어렵지 않지?
--- 「웃는 나눗셈」
경쟁과 성과가 우선시 되는 현대 사회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한 계산에 익숙하기 마련입니다.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늘리기 위해서는 더하고 곱해야 하지요. 빼고 나누는 일은 어쩌면 시대에 맞지 않는 계산법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렇게 기분 좋은 나눗셈을 볼 때면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되고,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자꾸만 각박해져가는 마음 밭에 이런 씨앗 하나 툭 던져지면, 언젠가 여린 새잎 싹 틔우지 않을까요?
크리스마스 전날 밤
산타할아버지 올해도 꼭 오실 것 같아
빨간 양말 한 짝
내 머리 위 옷걸이에
발 걸어두었지
크리스마스 날 아침
아빠가 신고 나가버렸다는
그 양말,
밤이 늦어서야
아빠 냄새만
무겁게 가지고 돌아왔다
--- 「크리스마스에 생긴 일」
아빠 냄새 잔뜩 묻히고 돌아온 빨간 양말을 본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요? 눈치 없이 신고 간 양말에는 무거운 냄새만 묻히고 왔지만, 아빠의 가슴 속엔 어쩌면 작은 선물이 숨어 있지 않았을까요? 짧은 동시에는 다 담을 수 없지만 아이의 마음을 상상해 보기도 하고, 아빠의 마음을 생각해 보면서 한 편 한 편 읽다 보면 ‘나’ 중심으로 생각했을 땐 보지 못했던 마음이 보일 거예요. 어른도 아이도 여러 모로 지치고 힘든 요즘, 서로서로 조금 덜 갖고 더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웃는 나눗셈』을 읽으면서 더 많이 웃고, 기분 좋은 일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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