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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슬픔의 모험 - 날개달린 그림책방 57 (양장
저자 곤도 구미코
출판사 여유당
출판일 2023-12-10
정가 15,000원
ISBN 9791198339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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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소리와 이미지만으로 표현한
퀴블러 로스의 ’슬픔의 5단계‘

작가 곤도 구미코는 처음과 마지막 문장 외에는 서술형 문장을 과감히 생략하고 바퀴 소리와 풍경과 색깔 변화로만 전체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이러한 장치는 독자 스스로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완성해 나가도록 이끄는데, 놀랍게도 여기에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이른바 ’슬픔의 5단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부정-타협-분노-절망-수용의 5단계를 거치며 비로소 가벼워지는 아이와 함께 달리며 슬픔의 단계를 경험하게 된다.

고개를 파묻고 달리는 아이에게서 받아들이기 힘든 상실의 고통을 공감하고, 주변 풍경 속에 감춰진 ‘캔디’의 모습에서 떠나보낸 누군가와의 추억을 상기하고, 슬픔이 불처럼 터져 나오는 장면에서는 격한 감정을 표출하고, 푸른 바닷물에 빠져 눈물로 슬픔을 정화하고 나면, 마침내 고개를 들어 하늘 속에서 날고 있는 ’캔디‘를 바라보는 아이처럼 ’죽음‘을 받아들이고 가벼워질 수 있지 않을까.

더불어 작가는 마지막에 바퀴 소리를 가벼운 소리로 전환하고 “‘캔디는 죽었다”라고 끝맺는 말에 마침표를 찍지 않음으로써, ‘죽음’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잊지 않는 한 마음속에는 언제나 살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다시 살아갈 힘을 내라고 격려한다.

이렇듯 상실의 아픔을 추억과 사랑으로 채우고 다시 내일을 향해 나아가려면 충분한 애도의 과정과 전환의 시간이 필요하다. 뮌헨국제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2022년 화이트 레이븐즈에 이 책을 선정하며 “혁신적인 그림책”이라고 평하고 아래와 같이 논평했다.

“(… 전체 여정에서 마지막 장면까지 아이는 고개를 숙인 채 세발자전거를 타고, 배경은 아이의 혼란과 깊은 슬픔을 인상적으로 전달한다.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 혁신적인 그림책은 아이의 회복 탄력성과 삶의 순환을 묘사하고 있다.”

삶의 어느 순간 찾아오는 이별, 그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거나 지켜보는 모든 이에게 공감을 자아내며 깊고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안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