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책머리에
제1장 문학, 정의로 가는 문
|제1절|시적 정의: 법과 문학
|제2절|동아시아 법문화와 시적 정의
제2장 유교와 정의
|제1절|법률의 기원
|제2절|재판관과 사법제도의 사다리
|제3절|법정으로서의 관아
명청 시대 중국의 법정, 아문ㆍ재판, 권력의 스펙터클
|제4절|중국 소송사회
제3장 동아시아 범죄소설의 탄생
|제1절|법서, 법과 문학의 경계
|제2절|중국 법문화와 공안소설
공안소설은 범죄소설인가ㆍ공안, 문학으로서의 법 읽기
|제3절|조선 후기 법문화와 송사소설의 탄생
조선 시대 법서의 보급ㆍ소송사회와 송사소설ㆍ『포공안』과 동아시아 범죄소설의 계보학
|제4절|권력과 이미지: 공안소설과 삽화
삽화가 있는 소설 읽기ㆍ권력의 응시
제4장 동아시아의 시적 정의: 명판관의 탄생
|제1절|『포공안』 가깝게 읽기
첫 번째 단락: 범죄 이야기ㆍ두 번째 단락: 수사 이야기ㆍ범죄와 판타지ㆍ성범죄와 열녀
|제2절|“내가 곧 법이다”: 포공과 시적 정의
제5장 문학으로서의 법: 법 이야기
|제1절|팥배나무 아래의 재판관: 『당음비사』의 법 이야기
도덕적 알레고리로서의 법ㆍ솔로몬의 재판ㆍ정리와 법, 유교적 정의를 찾아서
|제2절|『흠흠신서』와 법 이야기
『흠흠신서』의 구성과 중국 판례ㆍ법적 진실의 재구성: 중국 판례와 법 이야기
|제3절|법정으로서의 관아
「와사옥안」의 문학사적 의미ㆍ「와사옥안」과 문학으로서의 법 읽기
맺음말
부록
주ㆍ참고문헌ㆍ찾아보기
총서 ‘知의회랑’을 기획하며
시적 정의
법에도 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법이 존재하는 어느 사회에서든 정의는 법의 이상이자 목적이다. 정의에 이르는 길은 당연히 법전에 명시되어 있곤 했다. 사람들도 보통은 법전이 정의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지도와 같을 거라 기대한다. 그런데 그 지도가 지극히 추상적이거나 난해하여 전문가들조차 해독하기 어려울 정도라면, 우리는 어떻게 정의를 찾아가야 하는가. 법의 지나친 형식주의는 종종 진정한 정의 실현을 가로막는 모순적 현실을 낳고 만다.
알다시피 누스바움은 자신의 저서 『시적 정의: 문학적 상상력과 공적인 삶(Poetic Justice: The Literary Imagination and Public Life』에서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았었다. ‘시적 정의’란 원래 선과 악을 상징하는 대립적 인물들의 대결 구도 속에서 선이 궁극적 승리를 거두는 ‘문학적(허구적 정의’를 가리킨다. 딱히 법의 문학적 재현만을 의미한다기보다는 좀 더 폭넓게 문학과 도덕의 관계 혹은 문학의 윤리적 기능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동아시아에서 흔히 사용되던 ‘권선징악’이나 ‘인과응보’라는 말을 여기에 대응되는 표현으로 생각한다면, 동아시아 고전들 속에서 그 풍부한 사례를 발견해볼 수 있는 개념이다.
누스바움은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소설이나 월트 휘트먼(Walt Whitman의 시를 예로 들어 문학적 상상력이 합리적 감성과 도덕적 분별력을 키워주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며, 법의 영역에서 문학이 수행할 수 있는 공적 기능에 주목한다. 개인 앞에 굳게 닫힌 ‘정의로 가는 문’을 여는 것은 절대적 공정성을 추구하는 법이 아니라, 법과 현실, 이성과 감성의 복잡 미묘한 상호작용에 주목함으로써 끊임없이 법의 영역에 개입하고 그 경계 허물기를 시도하는 문학이라는 것이다.
문학, 정의로 가는 문
이 책은 법과 문학적 상상력의 관계에 대한 누스바움의 성찰에 계발 받아, 유교적 예치이념에 바탕을 둔 동아시아의 사법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