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마음을 나눌 수 있다면 누구나 산타가 될 수 있고,
언젠가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산타가 된다
『한여름 산타 할머니』는 ‘산타 클로스’ 전설에 기대어 산타 할머니라는 신기한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지환이와 지후다. 형제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빠는 불규칙한 직업을 갖고 있어 단 둘이 지내다시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지환이와 지후가 불쌍하고 처량한 처지라고 볼 이유는 없다. 형은 동생을 살뜰히 돌보고 동생은 형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 주며, 형제는 천진하고 명랑한 어린이 시절을 잘 지내고 있으니까. 아빠가 일 때문에 제대로 보살펴 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지환이와 지후는 한없이 씩씩하다. 산동네 반지하 방에 살아도 다리운동이 되니 좋고, 함께 다다다 뛰어다니면 더할 나위 없이 신이 난다. 게다가 이 밝고 건강한 아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힘으로 어려움을 이겨낼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도울 줄도 안다. 임시 담임으로 온 기간제 선생님이 힘들어하자 슬쩍 쪽지를 건네 조언을 하고, 오랜 수험 공부에 지친 이웃 아저씨에게 응원을 해주는 식이다. 이게 다 따뜻한 마음을 나누려는 생각이 있다면 누구나 다 산타가 될 수 있다는 산타 할머니의 말씀 덕분이다. 모두가 서로를 돕고 보살핀다면 봄여름가을겨울 어느 계절이든 크리스마스처럼 평화롭고 기쁨에 가득찬 나날이 되지 않을까? 결국 『한여름 산타 할머니』는 어린이와 노인, 길고양이 같은 모든 연약한 존재들 사이의 상호 보살핌에 대한 이야기다.
수명이 다한 고양이 둥이를 산타 할머니에게 보내 계속 살아가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마지막까지 옆에서 지켜봐 줄 것인가. 이제 아이들은 선택을 해야 한다. 둥이의 마지막을 둘러싸고 지환이와 지후가 고민하는 이유는 둥이와 헤어지고 싶지 않지만 둥이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아끼는 일은 이따금 복잡하고 난해한 수학 문제처럼 골치가 아프고 어려운 풀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무엇이 둥이에게, 그리고 아이들에게 좋은 선택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