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아 나가는 용기 있는 발걸음
『크리스마스에는 눈꽃펑펑치킨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반지하 창문 밖으로 보이는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보고 크리스마스트리를 떠올리고, 정해진 반찬으로 끼니를 해결하지만 좋아하는 워터 젤리를 선뜻 타인과 나누며, 눈썰매장에 가지 못하게 되자 홀로 지팡이 보행으로 썰매를 끌고 마당에 나선다. 이들은 자신이 처한 물질적, 신체적 한계와 불편함을 아무렇지 않게 뛰어 넘는다. 어린이들의 용기와 외침은 무엇보다 힘이 크다. 풍족하진 않지만, 누구보다 나눔의 가치와 즐거움을 아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우리가 쉽게 잊고 지냈던 진정한 가치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결국 그 어린이는 혼자 집을 나서는 첫 걸음을 떼며, 기어코 눈을 밟고 진짜배기 눈썰매장에 가고야 만다. _김유진(아동문학평론가, 동시인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이 가진 각자의 욕망과 바람은 작품을 읽는 내내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이들의 걸음을 응원하게 만든다. 특히나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의 욕망은 지금까지 크게 대두되어 그려지지 않고, 외보 요인에 좌절되는 모습들만 단편적으로 그려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등장하는 시각장애인 주인공은 썰매를 타고 싶다는 바람 하나를 가지고, 홀로 걸음을 뗀다. 모두가 반대하고 걱정해도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용기 있게 표출할 줄 아는 인물인 것이다. 작가가 그려낸 밝고 명랑한 기운은 인물의 상황을 틀에 가두어 보지 않게 만들며, 우리가 가지고 있던 편견을 부순다. 한계를 뛰어 넘어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나가는 어린이들의 작은 발걸음은 독자들에게 힘찬 용기와 따뜻한 온기를 전한다.
다정한 시선이 만드는 가파르지 않은 언덕
어른들은 눈을 부릅뜨고 아이를 향한 줄을 단단히 부여잡고 있다. 너도나도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줄 달린 막대를 손에 쥐고 있느라 아이들이 다 함께 마음 놓고 달릴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다. 삽을 들어 운동장에 모래를 깔고 공동체의 그물을 짜려면 어른의 힘 있는 두 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