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이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선물!
차와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는 도시의 길모퉁이에 플로르 버스 정류장이 있습니다. 뜨거운 햇살과 비바람, 눈보라를 가까스로 가려주는 작은 지붕 아래 놓인 작은 벤치 하나…… 그곳이 앙리 할아버지의 집입니다. 앙리 할아버지는 꽤 오랜 시간 그곳에서 지냈지만, 할아버지를 눈여겨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어쩌면 아무도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앙리 할아버지는 그 자리를 지킵니다. 우두커니 벤치에 앉아 사람들 발걸음 소리, 자동차 브레이크 소리, 출입문 여닫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요. 플로르 버스 정류장은 도시의 온갖 소음으로 가득하지만, 앙리 할아버지에게는 고요한 외딴섬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기 코끼리 한 마리가 바람을 피해 버스 정류장을 찾습니다. 아기 코끼리는 축 처진 어깨를 하고 터벅터벅 걸어와 말없이 앙리 할아버지 옆에 앉습니다. 아기 코끼리의 존재조차 알아채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할아버지는 아기 코끼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맙니다. 그런데 아기 코끼리는 주위에 늘어선 건물들보다 훨씬 큰 고민을 안고 있는 듯 합니다. 앙리 할아버지는 혹여 길을 잃어버린 건 아닐까, 가족을 놓친 건 아닐까 자꾸만 걱정이 됩니다. 그러다 아기 코끼리를 위해 무엇이든 해 보기로 마음먹게 되지요. 오랜만에, 정말이지 오랜만에 플로르 버스 정류장을 벗어나기로 마음먹은 앙리 할아버지 앞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한 외로움이 다른 외로움을 어루만지며 생겨난 존재의 의미
사람과 사람이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이즈음입니다. 기나긴 팬데믹 시기를 지나면서 타인과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살아가는 일에 익숙해진 탓도 크지요. 그런 만큼 타인에게 관심을 갖거나 애정을 품는 일조차도 점점 더 조심스러워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오랜 시간 홀로 외로이 플로르 버스 정류장을 지킨 앙리 할아버지의 모습이, 또 그런 할아버지를 외면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