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판 머리말
신탁법이 개정되고 시행된 지 10여 년이 지나면서 신탁제도에 대한 관심과 활용이 확대되는 것에 상응하여 해당 문헌들도 늘었다. 그리고 신탁 관련한 판결들도 일람이 어려울 정도가 되었으며 그 쟁점도 보다 다양화, 구체화되고 있다. 신탁법 연구자로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현재 신탁법의 규율이 충분하지 않고, 신탁이 가지는 제도적 장점들을 고려할 때 다각적인 이용 양태에 따른 논점이나 법리를 신탁법이 모두 규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구체적인 사건에서 법원의 판단은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하지만 때로 제도 자체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법리에 대한 오해로 그 근거나 결과의 정당성이 의심스러운 판결들을 만나기도 한다. 이러한 판결들이 혹여 판례로 오인되어 감히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절대적 권위하에서 더 큰 오류와 혼란을 만들어내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무엇보다 신탁법 개정판이 가진 오류들과 부족함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된 것도 제3판을 출간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 신탁의 활용이 특정 분야에 집중되고 있고 그와 관련한 흥미로운 쟁점도 많지만, 초판에서부터 이 책이 신탁법의 기본 이론을 제시하고자 한 취지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개별 주제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는 다른 기회를 약속하고자 한다. 이 책이 신탁법에 대한 길잡이가 되고 신탁을 활용하는 토대를 제공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할 뿐이다.
2023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