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은 미적 경험을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오늘날 통용되는 미학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18세기 독일의 철학자 알렉산더 바움가르텐이다. 그리스어 ‘에스테시스(aesthesis’에서 유래한 미학(Aesthetics은 본래 ‘감성적 인식에 관한 학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감성적 인식이라는 말이 의미하듯, 미학의 영역은 그것이 고급이든 저급이든 간에 예술의 영역보다 훨씬 넓으며 우리가 살면서 관심을 기울이는 많은 것을 아우른다.
미학에서 논하는 경험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띤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경험을 하는 데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박물관 예술품이나 오페라 공연에 대한 경험뿐 아니라 퇴근길 공원에서 본 단풍이나 식탁에 드리운 석양빛에 대한 경험, 나아가 오늘 입고 나갈 셔츠를 고르거나 수프에 후추를 더 칠지 말지 고민할 때의 경험까지. 미학은 어디에나 있으며 우리 삶을 이루는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다. _10쪽
미학은 우리가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특별한 경험을 다룬다. 그럼에도 미학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깊은 오해 중 하나는 미학이 예술을 평가하고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학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학은 어느 예술품이 더 훌륭한지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하물며 어느 경험이 가치 있는지, 가령 거리에서 쇼팽을 듣는 경험이 가치 있는지 아니면 연주회에서 쇼팽을 듣는 경험이 가치 있는지도 판단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의 의미를 들여다볼 뿐이다.
미학에 대한 가장 뿌리 깊은 통념은 그것이 아름다움을 다룬다는 생각이다. 거리로 나가 주변을 한번 둘러보라. ‘에스테틱스(aesthetics’는 미용실 간판을 장식하는 상투어가 된 지 오래다. 미학이 철학의 한 분과로서 무엇을 다루는지를 설명하려고 할 때도 그것을 미용과 관련된 것으로 생각하고 접근하기 쉽다. 요컨대 어떤 것은 아름답고, 또 어떤 것은 아름답지 않다. 그렇다면 미학은 우리가 그것들을 구분하게 도와주고, 나아가 아름다운 것이 왜 아름다운지도 설명해줄 것이다. _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