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한’ 글과 함께하는 마법과 같은 그림
글 작가인 크리스틴 슈나이더가 풀어내는 밥 먹기 이야기는 담담하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는 루의 상상력이 통통 튀어 오르고 있지요. 그림 작가인 에르베 피넬은 루의 반짝이는 상상력이 더욱 빛을 발하게 도와 줍니다. 그의 그림은 이야기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식탁 위에 준비된 텅 빈 접시와 식기들,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루, 아빠가 접시에 따르는 수프까지. 그러다가 장면은 식탁으로 마지못해 뒷짐을 지고 걸어가는 루의 모습을 두 페이지에 걸쳐서 보여줍니다. 앞에서 쓰인 짧은 장면과 대조를 이루면서 긴 장면은 식탁으로 가기 싫은 루의 마음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줍니다.
눈으로 보기에 긴 장면은 루와 식탁 혹은 밥인 샐러드 수프 사이의 마음의 거리를 잘 보여주기도 하지만, 이내 아빠의 말처럼 키가 커진 루의 모습을 상상 속에서 보여주기도 합니다. 기다란 팔, 다리를 한 루의 모습은 “(샐러드 수프는 … 건강해지고, 키도 무럭무럭 자라게 해 주는 거야.”라는 아빠의 말에 독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하지만 루는 아빠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또 거짓말!”이라고 외칩니다. 다시 이야기는 짧은 장면들로 이루어지면서 아빠와 루의 대화를 담아냅니다. 한 페이지씩을 차지하는 짧은 장면들은 이야기가 빠르게 펼쳐지는 모습을 보여주지요. 이후에도 짧고 긴 장면들을 적절히 함께 사용함으로써 작가는 이야기의 내용을 더 재미있게 전달합니다.
그림에서 우리는 아빠나 루의 말이 사실인 것처럼 표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빠와 루의 이야기를 그림을 통해 실제로 볼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이야기의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런데 그림은 신기하게도 루가 먹을 것을 ‘나눠 준’ 새싹들이 살그머니 자라는 것도 보여 줍니다. 창문 밖의 건물들은 이것을 흥미롭다는 듯이 살펴보는 듯하지요. 살그머니 자란 새싹들은 루가 잠자리에 들 때 즈음에는 부엌문을 지나 루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