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세기, 산업자본주의와 기술적 진보, 그리고 ‘보는 방식’의 전면적 개조
이 책에서 전면적인 논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19세기는 ‘시각’이 기존의 고전적 질서에서 벗어났으나, 아직 20세기에 부상한 기계적 시각 체제 속에 완전히 자리 잡기 전인 과도기이자 가능성으로 넘쳐나는 시간대였다. 저자는 전작인 『관찰자의 기술』에서 19세기 초반에 생리학적 광학이 등장함으로써 시각 모델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고찰한 바 있는데, 후속작인 이 책에서는 그로 인한 귀결들을 본격적으로 검토한다. 전작과 다른 점은 시각 대신 ‘지각’이라는 확장된 개념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체에 대해 설명하는 일은 시각이라는 단일한 감각뿐 아니라 청각과 촉각, 그리고 여러 감각이 혼합된 양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우선 제1장에서는 19세기 들어 주의력이 어떻게 새로운 종류의 문제가 되었는지, 왜 주의의 문제가 지각에 대한 철학적, 심리학적, 미학적 연구와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는지와 같은 쟁점들을 규명한다. 1870년대에 ‘주관적 시각’ 모델(즉 외부 자극이 아닌 개인의 감각에 기반한 지각 경험이 등장하면서 시각의 불확실성과 한계를 포착하려는 이론적 시도가 급격히 증가했는데, 저자는 이러한 다양한 입장들을 다음의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살펴본다. 주의를 의식적인 의지의 표현으로 여기는 입장, 프로이트처럼 생물학적 본능들과 무의식적 욕동들의 기능으로 보는 입장, 그리고 다양한 유인의 기술을 비롯해 지식과 통제를 통해 생산되고 관리 가능하다고 믿는 입장이 그것이다.
자본주의의 문화적 논리는 주체가 다양한 자극에 대응하여 끊임없이 주의의 초점을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했다. 이는 크레리가 일찍이 텔레비전을 통해 감지했던 감시와 스펙터클의 중첩 모델로 연결된다. “감시와 스펙터클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이러한 중첩의 양상들을 새로 고안해내고 퍼뜨리고 확장하는 과정과 단단히 맞물려 있는 것은 바로 자본주의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에게 내면화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