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ward Hallett Carr의 〈역사란 무엇인가(What is history〉는 역사라는 근본 문제를 하나하나 빠짐없이 논한 역사 인식의 길잡이이며 현대에서 가장 새롭고 뛰어난 역사철학서이다.
Carr는 1961년 1월부터 3월까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연속 강연을 했으며, 그해 가을에 그 강연 내용을 책으로 출판했다. 본서(本書는 그 책의 전역(全譯이다.
이 책의 뛰어난 내용은 Carr가 직업적인 철학자가 아니라 현대의 가장 탁월한 역사가이며, 오랜 기간 외교관 생활과 역사 연구 및 서술의 경험을 통해 얻은 지혜의 결정(結晶이라는 점이다.
흔히 역사철학이라고 하면 철학을 연상하지만, Carr는 평이하고 대중적인 태도로 역사이론을 풀어나간다. 그가 다루는 주제는 한결같이 중대한 것들이다. 그는 그토록 중대한 주제들을 논하면서도 조용한 어조와 경묘(輕妙한 필치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는 중요하다고 생각할수록 용어가 필요 이상으로 엄숙해지는 데 반해 그는 중대한 일을 조용히 가볍게 말하는 그만의 정신적 사상의 ‘술어(述語’ 또는 ‘문재(文才’가 아닐지 싶다.
Carr는 이 책의 1장에서 역사가와 사실들이라는 주제를 통해 역사가의 역할을 크게 다뤘다. 사실이란 역사가가 그것들을 찾았을 때만 살아 있는 말이고, 힘 있는 역사가들이 역사의 중심을 이루며 역사를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역사가가 어떤 사건의 의미를 부여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른 역사가가 새로 쓸 수 있기에 역사를 역사가만의 전유물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역사란 현재와 과거와의 대화이다.” Carr는 이 말을 이 책 속에서 여러 차례 반복하고 있다. 이것은 그의 역사철학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그의 역사철학은 우리를 먼 과거로 이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대해 말하고 현재가 미래에 잠식되어 가는 바로 그 지점에 우리를 세워 놓는다.
과거는 과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현재에서의 의미 때문에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