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나는 30년 차 맞벌이 엄마였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엄마라고 주문을 걸며 늘 아이들의 성장 속에 내 삶을 두었다는 것을 느낀 것은 6년 전이었다. 정신없이 치열하게 살다, 어느 날 문득 지쳤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라 해야 하는 일에 묶여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했다. 그렇게 제주로 왔다.
제주에서의 삶은 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시작됐다. 20년 넘게 치열한 경쟁 속에 있다가 아이들의 해맑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생활 속으로 들어가니 마냥 행복했다. 이전처럼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가르치지 않고, ‘너의 행복’을 위한 가치를 가르치는 일이 참 좋았다. 그러다 ‘나와 내 아이들의 삶’을 마주할 수 있었다. 제주에 온 첫해, 돌봄 교실에 다니는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오래전 돌봄 교실 속 내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다.
‘아, 내 아이들도 겉으론 별일 없이 지냈지만, 매일 엄마가 언제 올지 기다렸겠다.’
일찍 데리러 간다고 해놓고는, 간혹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늦게 갔던 적을 떠올렸다. 친구가 모두 돌아가 혼자 남은 돌봄 교실에서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엄마를 만나고 해맑게 웃던 모습만 기억하던 나에겐 충격이었다.
‘어쩌면, 내 아이도 엄마를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내 아이도 혼자 남은 시간이 지독히 외롭지는 않았을까?’
어린 내 아이들이 수많은 날, 수많은 시간 엄마를 기다렸을 것을 생각하니 갑자기 눈물이 차올랐다. 그때의 쓰린 마음이 이 동화를 시작하게 했다.
어느 날,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원한 제주 생활이었지만,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은 외로움의 연속이기도 했다. 그날도 참 외롭다는 상념에 빠져 있었다. 그때 아이유의 ‘러브 포엠’이라는 노래가 들렸다. 서정적 멜로디도 좋았지만, 가사가 귀에 꽂혔다. 그렇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세상에 갇혀 각자의 관점에서 주변을 판단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