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의 술사가 만나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가 되기까지
자신이 술사인 줄도 몰랐던 박강율은 술사 학교인 가온학사로부터 입학 통지를 받고 먼 시골 ‘미리뫼’에서 올라와 수도 ‘가온’에 첫발을 내디딘다. 입학시험장으로 향하는 전차에서 우연히 만난 이산영은 처음 만난 강율에게 아무런 의심 없이 호의를 베풀더니, 그날 이후 강율의 곁에 딱 붙어 떨어질 줄을 모른다. 항상 사람 좋은 미소를 띠고 능청스러운 농담을 던지는 그는 누가 봐도 아무런 걱정 없는 부잣집 도련님이지만, 사실 마음 깊숙한 곳에 슬픈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사연 있는 남자.
반면 입학시험 도중 일어난 사고로 강율을 구하려다 오히려 강율 덕분에 목숨을 건지게 된 김종하는 웬일인지 처음부터 강율을 경계하며 차갑게만 대한다. 모두가 말하길 그는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어마어마한 술력을 지녔다는데, 종하는 이를 사용하길 거부한 채―즉, ‘짝꿍’ 맺기를 거부한 채― 맨몸으로 위험한 반정부 활동에 가담 중이다.
이렇게 너무 다른 두 사람이 박강율을 통해 연결되고, 셋은 평생 떨어질 수 없는 소중한 인연으로 묶이게 되는데……. 이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기 전에, ‘술사의 세계’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술사의 조건 두 가지 - ‘판’을 열 것. 그리고 ‘짝꿍’을 맺을 것.
여기에서 말하는 술사란 선인, 도사, 때로는 무당, 어쩌면 마법사일 수도 있다. 이러한 이들을 통틀어 ‘술사’라 칭하며, 가온 왕조를 무너뜨린 쿠데타 정부에서는 이들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교육기관 ‘가온학사’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졸업 후에는 이들을 하급 관리로 채용하고 있다.
『가온의 술사들』이 보여 주는 술사의 세계에는 중요한 두 가지 개념, ‘판’과 ‘짝꿍’이 있다. 술사가 술법을 행하려면 가장 먼저 자기만의 판을 연다. 판은 술사의 술력이 미치는 범위이자, 그 술사만이 가진 작은 세계로서 모습도 크기도 제각각이다. 판을 여는 것은 술사의 기본이기에 가온학사 1학년 1학기에 ‘판 열기 실습’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