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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집의 미래 : 오래된 집을 순례하다
저자 임형남, 노은주
출판사 인물과사상사
출판일 2023-10-20
정가 19,000원
ISBN 9788959067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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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 7

제1부 한국의 옛집

제1장 이야기를 담다

산과 하늘처럼 변하지 않는 집 : 산천재
마음으로 도를 깨닫다 · 19 제일 큰 집이자 좋은 집 · 23 세상의 바람에 휩쓸리지 않다 · 27
세상의 중심이 되는 집 : 선교장
위계가 없고 기능도 없다 · 31 모든 땅이 명당이다 · 34 진정한 의미의 대가족을 이루다 · 39
서로를 배려하는 집 : 김명관 고택
호남의 풍족한 들판을 닮다 · 43 다양한 공간의 조화로운 구성 · 46 시어머니 영역과 며느리 영역의 균형감 · 52
권력의 상징이 된 집 : 운현궁
야심가이자 영리한 정치가 · 56 몰락해간 조선의 두 주인공 · 60 집이지만 집이 아닌 곳 · 63

제2장 생각을 이어가다

스승과 제자의 집 : 임리정과 팔괘정
꽃이 피고 지듯 사람도 피고 지다 · 69 시대를 설계하고 시공하다 · 72 예학자의 삶을 담다 · 76
존중하며 공부하는 집 : 소수서원
학교와 군대와 감옥은 같다 · 81 성리학을 잇고 후학을 양성하다 · 84 서로에 대한 존경과 애정 · 88
반듯하고 삼가는 집 : 병산서원과 도산서원
선비처럼 반듯하고 엄격하다 · 93 몸과 마음을 삼가다 · 97 인간으로서 완성되어가는 과정 · 101
유쾌하고 인간적인 집 : 도동서원
철학자가 나라를 다스리는 이상적인 국가 · 104 성리학적인 이상세계를 꿈꾸다 · 108 아주 정연한 좌우 대칭의 공간 · 111

제3장 조화를 이루다

물 위에 앉은 집 : 남간정사
고집스럽고 타협을 모르는 정치가 · 117 만화경 같은 세상의 풍경 · 121 자연과 집의 조화 · 125
그림자가 쉬는 집 : 소쇄원과 식영정
아름다운 풍경과 문학적 향기를 담다 · 129 시작과 끝의 존재적 순환 · 132 한 발 물러서 있어 밖으로 드러나지 않다 · 136
감각을 뛰어넘는 집 : 종묘
움직이는 것도, 정지해 있는 것도 아닌 · 141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각 · 145 모든 소리와 생각을 압도하다
산과 하늘처럼 변하지 않는 집

지리산 천왕봉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남명 조식(曺植의 집인 산천재가 있다. ‘산속에 하늘이 담긴 집’이라는 뜻인 산천재는 조식이 61세에 짓고 인생의 말년을 보낸 집이다. 평생 벼슬을 하지 않은 처사로 살았던 조식은 학문적인 깊이와 높이를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대학자였다. 그는 스스로 행동을 조심하고 밤에도 정신을 흐트러뜨린 적이 없었다. 명종이 그를 단성 현감에 임명하자, 사직 상소문을 올리기도 했다. 산천재는 그런 조식을 무척 닮았다. 절묘한 공간의 구성도 없고 아름다운 건물의 집합도 없고 우리의 옛집이 보여주는 다양한 마당조차 없다. 고수의 한 획처럼 지리산과 덕천강 사이에 한 점을 찍어놓은 것 같다. 세상의 이런저런 바람에 휩쓸리지 않고, 산과 하늘처럼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살고자 했던 진정한 처사의 집이다.
김명관 고택은 정읍시 산외면 오공리라는 곳에 있는 집이다. 이 집은 따로 전해지는 당호는 없고, 김명관(金命寬이 지은 집이라는 사실과 지은 지 약 240년이 되었다는 사실만이 전해진다. 김명관 고택은 칸수로 100여 칸이었고, 동수로는 7동, 영역으로 구분하자면 다섯 개의 영역이 있을 정도로 보통 큰 집이 아니었다. 김명관 고택은 전형적인 호남 부잣집의 모양대로 여러 개의 건물이 자유롭게 분산되어 있는데, 그 공간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특히 안채의 시어머니 영역과 며느리 영역은 부엌과 방의 모양, 그 상부의 다락 등이 그림을 그리고 반을 접어 똑같이 찍어낸 것처럼 똑같다. 이는 권력은 넘겨주지 않아도 실질적인 권한은 동등하게 가지고 나간다는 인간적인 배려를 통해 공존의 실마리를 찾아나간 것이다. 그래서 고부간에 서로 일정한 거리와 영역을 가지도록 한 것이다.
임리정은 우리나라 예학의 비조로 일컬어지는 김장생(金長生이 추구하는 삶과 닮은 집이다. 팔괘정은 김장생의 제자인 송시열(宋時烈이 자신의 집을 우주 만물이 함축된 중심으로 보고 지은 집이다. 임리정은 ‘깊은 못가에 서 있는 것과